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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용 세계은행 총재, 개혁과 빈곤퇴치를 기대한다 |
김용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이 엊그제 세계은행(WB) 이사회에서 차기 총재로 선출됐다. 1946년 출범 이래 유색인으론 처음으로 세계은행 수장 자리에 오른 김 차기 총재의 책무는 막중하다. 중국과 브라질 등 개발도상국들이 세계은행의 변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들 국가는 빈곤문제 해결을 목표로 삼고 있는 세계은행의 총재는 개도국에서 맡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보건의료 전문가이자 아시아계 미국인인 김 차기 총재를 추천한 데는 이런 개도국의 분위기가 작용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금융위기의 여파로 빈부격차가 심화돼 세계은행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은행은 후진국의 경제부흥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그동안은 선진국의 입김에 따라 성장과 개발을 추구해온 측면이 있다. 융자와 원조를 주는 대신 개방과 규제 완화를 강요함으로써 개도국 국민의 삶의 질 향상보다 서구 자본에 봉사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그런 점에서 김 차기 총재가 기존 관행에 도전해 세계은행의 개혁을 이끌겠다고 포부를 밝힌 것은 다행스럽다. 우선 개도국의 참여를 확대하고 가난한 나라들의 목소리에 귀를 더 많이 기울여 세계은행 운영을 민주화해야 한다. 또 성장보다 분배와 빈곤퇴치에 역점을 두고 개발 위주의 사업을 교육·보건·환경·여성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
세계은행은 그동안 각국 정부에 차관을 제공해 사회인프라와 경제 수준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사업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빈곤층의 3분의 2가 중진국에 거주할 정도로 국가 내 빈부격차가 심화됐다. 빈곤의 원인 또한 세계화와 기후변화 등으로 다양해졌으며 지역문제화하는 경향이 있다. 세계은행이 전세계의 다양한 경제문제에 개입하고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타격을 입은 나라의 지원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런 만큼 임무와 위상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이나 브라질처럼 현금을 쌓아놓은 국가들이 빈곤국 개발 투자를 주도하고 구호사업 분야에서도 빌게이츠재단과 같은 민간단체 힘이 커지는 상황 변화도 있다.
그런 까닭에 지난해 기준으로 각국에 2580억달러를 지원해주고 있는 세계은행은 더욱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개별 국가보다 이슈 및 영역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특정 사회나 문제에 적합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제복을 입은 민간인’이라는 세계은행의 관료주의 문화도 개혁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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