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4.17 19:16 수정 : 2012.04.17 19:16

엊그제 경북 영주의 중학생 이아무개군이 또 목숨을 끊었다. 대구 중학생과 대전 여고생이 희생된 이후, 범정부 차원의 학교폭력 근절 대책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전담경찰을 배치하고, 가해학생 처벌을 강화하고, 학교의 책임성을 높였는데도 학교폭력은 변함없었던 셈이다. 이미 지적했듯이 격리와 처벌 중심의 압박만으론 한계가 분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소식도 모른 채 정부 대책의 효과를 자랑했다. 피해자의 신고와 가해자에 대한 엄벌로 학교폭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전수조사 결과까지 공개되면 학교폭력은 차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경찰은 폭력서클 조기 해체를 위해 경찰력을 집중 투입했으며, 교육과학기술부는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하지만 이 학생은 같은 기간 끊임없이 폭력에 시달렸으며 폭력서클 가입 압력을 받았다.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학교폭력이 잠복했을 뿐 내부적으로는 여전했던 것이다. 전수조사 참여자도 25%에 불과했다.

교육적 통제와 교육적 치유 밖에서 이루어지는 엄벌로는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 없다. 오히려 폭력을 음성화하고 학교 밖 폭력과 일체화되도록 한다. 격리되고 쫓겨난 아이들이 갈 곳이란 많지 않다. 따라서 학교폭력 대책은 교육적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인권 감수성과 자율성을 키워야 예방할 수 있고, 대화와 상담을 통한 치유가 이뤄져야 재생산을 막을 수 있다.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도록 인권교육을 해야 하며, 학교 공동체가 자율적으로 동의하고 합의한 규범으로 자신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아이들을 민주시민으로 키우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교사의 입장에선 학생을 자주 만나고 대화하고 고민을 나눠야 한다. 그래야 신뢰를 쌓을 수 있고, 문제를 드러내고, 치유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인력 지원에 인색해선 안 된다. 이군은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음에도 학년이 바뀐 뒤 담임 선생님과 단 1차례 면담했다고 한다. 담임으로서도 그 이상은 무리였을 것이다.

학교폭력의 뿌리는 우리 사회의 군사문화, 서열문화와 맞닿아 있다. 특히 폭력적인 경쟁구조는 그 배양토 구실을 했다. 따라서 학교를 민주적 평화적 공동체로 바꾸고, 아이들에게 배려와 존중의 정신을 갖도록 하는 게 기본이다. 인권조례를 무력화하면서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폭력으론 폭력을 막지 못한다. 전시효과를 위해 적폐를 숨기거나 키워선 안 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