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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17 19:16 수정 : 2012.04.17 19:16

사상 유례없는 언론 대파업이 끝모르게 진행되고 있다. <문화방송>은 오늘로 80일째이고, <한국방송>도 40일을 훌쩍 넘겼다. 그럼에도 언론 노동자들이 내건 공영방송 회복과 ‘낙하산’ 사장 사퇴 요구가 실현돼 방송이 정상화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언론 대파업을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 것인지,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당사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방송사들은 ‘대학살’이라 부를 만한 징계와 소송 사태, 경찰의 파업현장 투입 등으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문화방송의 경우 정영하 위원장 등 노조 간부 3명이 해고됐고,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당한 사람도 30명에 가깝다. 회사 쪽이 제기한 3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노조 집행부 상당수가 집과 통장까지 가압류당했다. 한국방송에선 4·11 총선 이틀 뒤 서울 여의도 농성 현장에 경찰과 구청 철거요원이 투입돼 농성 천막이 철거되기도 했다.

부실해진 방송 프로그램으로 국민이 입는 피해 또한 심각하다. 국민예능으로 손꼽히는 문화방송 ‘무한도전’은 11주째 결방이고, 일요일의 간판 예능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은 전국 시청률이 1.5%(4월15일, 에이지비닐슨 집계)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낙하산’ 김재철(문화방송)·김인규(한국방송) 사장은 요지부동이다. 방송사 구성원들의 고통도, 국민의 시청권 훼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특히 김재철 사장은 여성 무용가에게 10여억원의 특혜성 지원을 했다는 의혹이 새로 불거졌지만 “사실무근”이라며 버티고 있다. 두 사람을 내려보낸 이명박 대통령이 비호하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묵인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자 기다렸다는 듯 한국방송에 공권력이 투입된 것은 방송 대파업에 대한 여권의 인식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다른 누구보다 문제해결의 열쇠를 쥔 사람은 여권의 최고권력자 자리를 굳힌 박근혜 위원장이다. 이제 국민은 ‘무한도전’이 방영되지 않는 텔레비전을 지켜보며 박 위원장을 떠올릴 것이다. 총선 기간 내내 그는 “과거와 깨끗이 단절하고 미래로 가겠다”고 약속했다. 청와대의 낙하산 사장 임명과 방송장악이야말로 두말할 필요 없는 구태 중의 구태다. 박 위원장이 계속 언론 대파업을 외면한다면 과거 단절과 미래 지향의 약속은 한낱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다. 신뢰의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박 위원장은 낙하산 사장 퇴출과 공영방송 회복에 당장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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