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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19 19:00 수정 : 2012.04.19 19:00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전교조 교사 3명에게 어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공무원인 교원으로서 공익에 반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직무전념의무를 게을리한 집단적 행위이므로 국가공무원법에 위반한다는 게 주요 취지다. 그러나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경시하고, 공무원법 조항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한 매우 실망스런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시국선언은 지난 2009년 5월 각계 인사 100인이 처음 시작해 학계 등 각계각층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교사 집단인 전교조가 동참하게 됐다. 촛불시위와 피디수첩 등에 대한 무리한 검찰 수사, 용산참사 등을 보면서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침탈과 인권유린 행위를 보다 못한 인사들이 국정운영의 전면 쇄신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전교조의 선언에 1차 1만7000여명, 2차 2만800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정권의 독선적 정국운영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상황이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부는 촛불시위와 피디수첩, 야당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의 연장선상에서 전교조 교사들에 대해서도 교육과학기술부와 검찰을 동원해 잡도리에 나섰다. 파면·해임 등 중징계에 이어 1차 86명, 2차 73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함에 따라 어제 처음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온 것이다.

유엔 인권이사회 총회가 지난해 6월 교원과 공무원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채택하는 등 현 정부 들어 인권상황 후퇴에 대한 나라 안팎의 우려가 크다는 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번 판결은 법논리적으로도 문제가 적잖다.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엄격한 적용을 생명으로 하는 형법 해석의 기본원칙과도 거리가 있다.

이 점에선 대법관 5명의 소수의견이 더 설득력이 있다. 소수의견은 정부 정책이나 국정운영 등에 대한 비판 내지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개선을 요구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일 뿐이므로 법에 정한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또 시국선언으로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되거나 교육행정에 지장이 초래된 게 아니므로 직무전념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애초 교과부 교원단체협력팀이 지난 2009년 내부 법률검토를 거쳐 작성한 문건의 취지도 이와 똑같다. 그게 바로 상식적인 법해석이기 때문이다.

인권보호의 최후의 보루이자 행정권 남용을 견제할 책임이 막중한 사법부가 제구실을 못하면 국민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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