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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19 19:01 수정 : 2012.04.19 19:01

교육과학기술부가 통계로서 가치가 없는 학교폭력 전수조사 결과를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 애초 민감한 정보는 학부모에게만 통지하기로 한 것을 돌연 전면 공개로 바꿨다. “전수조사 결과를 공개하면 학교폭력이 차단될 것”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뜬금없는 언급 때문인지, 아니면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발생한 경북 영주의 학교폭력 희생자로 말미암아 궁지에 몰린 탓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부실과 오류를 잘 알면서도 치명적인 자료를 공개하기로 한 교과부의 몰염치와 무책임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엉터리 자료 공개로 날벼락을 맞게 될 학교나 대책 없이 혼란에 빠질 학부모를 생각하면 절대로 해선 안 될 일이다. 지역사회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둘러댔지만, 그럴 목적이라면 학교와 수사기관, 전문가 그리고 학부모 단체에 알려 대책 마련에 쓰도록 해야 했다. 앞뒤 분간 못하는 대통령과 그의 눈치만 살피는 교과부 장관이 일으킨 임기말 대형사고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전수조사는 회수율이 25%에 불과했다. 한 명도 답하지 않은 학교도 143곳이나 됐다. 신뢰성은 애당초 따질 조건이 되지도 못했다. 게다가 조사 결과는 오류투성이였다. 조사 대상자보다 답변이 더 많이 회수된 학교도 204곳이었다. 한 사람이 여러 장의 답변을 작성한 경우일 것이다. 피해율 100%의 학교도 있는데, 유일한 응답자가 피해를 봤다고 답한 경우였다. 무슨 배짱으로 이런 조사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정부야 공개하면 그만이겠지만, 수많은 학교는 날벼락과도 같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자료만 보면 지역은 물론 전국 단위에서 초·중·고교별 폭력학교 혹은 모범학교 서열을 손쉽게 매길 수 있다. 설사 신뢰성이 높은 결과라도, 낙인효과를 고려해 공개에 신중해야 한다. 이런 공개는 여론의 몰매만 유도할 뿐 폭력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번 조사에서 실태를 꼼꼼히 밝힌 학교는 깡패학교로 낙인찍히고, 엉터리로 답하거나 뭉갠 학교들은 모범학교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거짓이 진실을 가리는 이 정권의 실상을 반영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 후유증과 피해는 막대하다. 도대체 어떤 학부모가 아이들을 깡패학교에 보내겠다고 할 것인가. 학교와 학부모는 불신과 원망 속에서 일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학교를 망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게다가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것이니 응당 형사처벌감이다. 정무직 공직자라면 탄핵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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