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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6 19:29 수정 : 2005.08.25 20:28

사설

검찰이 안기부의 도청 테이프와 문건 등 이른바 ‘엑스파일’ 사건을 서울지검 공안2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검찰의 모습을 보면 ‘본격 수사 착수’라고 보기에는 뭔가 엉거주춤한 자세다. 검찰 안에서는 “대부분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의 실익이 없고 도청 자료는 증거로 쓰일 수 없다”는 회의론이 상당하다고 한다. 김종빈 검찰총장도 “불법 도청 자체는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보이지만 유포 행위는 시효가 남았다”고 말했다. 자칫 수사의 무게중심이 안기부의 불법 도청 행위, 삼성의 불법 정치자금 살포나 기아차 인수 의혹 등 사건의 본질보다는 도청자료 유포나 언론 보도의 위법성 문제 따위 곁가지에 쏠리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 최대 재벌그룹 총수에다 중앙 언론사 사주, 여야 유력 정치인, 심지어 전직 대통령들까지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는 화약고와 같은 사건이다. 이는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적절히 표현한 대로 과거의 낡고 병든 구조와 문화가 종합돼 있는 ‘구태의 결정판’이자, ‘거대 권력’이 총망라된 사건이다. 문제는 검찰이 이런 거대 권력 사건에 언제나 약한 모습을 보여 왔고, 이번에도 벌써부터 몸사리기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공안사건이 주특기인 공안부에 사건을 배당한 것부터가 검찰의 수사의지를 의심케 한다.

검찰의 고민도 이해는 간다. 공소시효 문제를 비롯해 도청자료에 바탕한 수사의 적법성 등 여러가지 현실적 난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적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고 국가기관의 권력 남용과 탈법 행위, 정계-재계-언론계의 유착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는 검찰로 하여금 이런 현실적 제약을 뛰어넘을 것을 요구한다. 검찰의 일거수 일투족을 온국민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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