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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가 폭주한다는데 |
지난 18일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가 설치된 지 나흘 만에 무려 5000건이 넘는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고 한다. 불법사금융으로 고통당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일 것이다. 피해 유형을 보면, 고금리 대출이나 대출 사기, 불법 채권추심 등으로 다양하다. 정부가 강력한 불법사금융 척결 의지를 밝힌 만큼 그동안 돈 없는 영세서민 등을 괴롭혀 온 불법사금융을 뿌리뽑기 바란다.
그러려면 우선 불법사금융 실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 정부의 피해신고센터가 가동된 지 나흘 만에 5000여건이 신고된 것은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일단 긍정적이다. 평일 신고 접수시간을 늘리고 휴일에도 신고를 받기로 한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도 대책으로 피해 실태가 온전히 드러나리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여전히 신고 절차를 잘 모르거나 사채업자의 협박이 무서워 신고를 못 하는 피해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이들의 신변 보호 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불법을 저지른 대부업체 등에 대한 실효성 있는 처벌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동안 불법사금융이 판쳤던 건 이들을 단속할 행정력과 의지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사법부의 처벌도 미약했기 때문이다. 2006~08년 3년간 대부업법 위반 사범에 대한 1심 판결을 보면, 징역·금고·구류 등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자유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전체의 2.9%에 불과했고, 약 80%가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을 선고받았다. 이번에도 895건이 검찰·경찰에 수사의뢰됐다는데 얼마나 강력한 처벌이 내려질지 의문이다.
사금융 수요자들에 대한 추가적인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대부업체 등을 찾는 사람은 은행이나 신용금고 등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없는 저신용자들이다. 당장 급전을 마련해야 하는 영세서민들로선 고금리인 줄 알면서도 그 유혹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 이들이 불법사금융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하려면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을 더욱 확충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사금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저신용자들을 위해서는 법정 최고 금리를 낮추는 등 추가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불법사금융 피해신고를 5월 말까지 접수한다고 한다. 하지만 불법사금융은 한두 달 반짝 단속으로 근절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신고 접수 기간에 제한을 둬선 안 된다. 자칫하면 불법사금융업자들의 내성만 키워준 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수 있다. 불법사금융의 뿌리는 그만큼 깊고 끈질기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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