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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합진보당, 경선부정 의혹 서둘러 규명해야 |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경선부정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정희 공동대표가 야권연대 과정에서 참모가 저지른 여론조사 조작 시도 파문의 책임을 지고 서울 관악을 후보직을 사퇴한 데 이어, 또다시 선거부정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진보정당에서 제1의 자산인 도덕성과 정직성을 의심받는 사태가 연거푸 벌어진 것은 몹시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이청호 통합진보당 부산 금정구 지역위원장이 지난 18일 당 누리집(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려 공론화한 비례대표 경선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현장투표의 경우 관리가 엉망이어서 “박스떼기 하나 들고 표를 주우러 다닌” 것과 흡사했고, 온라인 투표에선 투표 결과를 알 수 있는 ‘소스코드’가 투표 진행 도중에 세 차례나 열람됐다는 것이다. 두 사안 모두 사실이라면 엄중하게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비례대표 경선에선 이 밖에도 선거인보다 투표수가 많거나, 투표함 봉인이 부실해 대거 무효표로 처리되는 등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은 선거부정 의혹에 그다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청호 위원장이 내부 폭로를 하기 전에도 이미 경선부정 주장이 나왔고, 그 때문에 당은 총선 다음날인 12일 조준호 공동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이 위원회가 당원과 국민들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면 공개적인 내부 폭로는 나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아울러 이번 의혹을 통합진보당 내 정파 간 세력다툼으로 해석하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당 일각에는 6월의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비주류(국민참여당 세력)가 주류(민주노동당 세력)에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는 시각도 있는 모양이다. 공교롭게도 문제제기를 한 당사자와 비례대표 경선에서 패한 쪽이 국민참여당 인사들이라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이 마주한 현실은 의혹 제기의 동기나 정파적 유불리를 따질 만큼 한가롭지 않다. 철저하게 진상조사를 벌여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는 땅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19대 국회에서 13명의 의석을 보유한 진보정당의 가치를 발휘하기 어렵다.
논란이 커지자 엊그제 당 공동대표단이 5월 초에 1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책임 있게 약속을 실천한다면 국민들의 더 큰 지지를 기대할 수 있다. 비 온 뒤에 땅은 더 단단하게 굳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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