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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주호 장관, 잔꾀 부리지 말고 사퇴하라 |
교육과학기술부가 공개된 학교폭력 전수자료에서 피해율과 일진 인식률을 돌연 제외했다. 엉터리 자료 공개에 대한 미증유의 불만과 반발이 빗발친 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건수는 남긴다는 것인데, 서열을 만들고 학교폭력의 경향성을 예단하는 데는 비율뿐 아니라 건수도 이용된다는 걸 모를 리 없는 교과부다. 25억원이나 들인 엉터리 자료의 생산과 맹목적인 공개에 따른 책임을 어떻게든 모면하려는 꼼수가 아닐 수 없다.
교과부는 그 근거에 대해, 이번 조사는 실상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이기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그게 사실이었다면 애초 조사 결과를 해당 학교에 전달해 지역사회와 학교가 대책 마련에만 활용하도록 해야 했다. 전국 학교를 비교할 수 있도록 모두 공개해선 안 되는 일이었다. 수정된 자료도 마찬가지다. 학교폭력 경험 건수나 인지 건수가 학교별로 모두 공개되는 한, 근거 없는 폭력학교의 서열화는 언제나 가능하다. 건수가 적으면 모범학교고 많으면 폭력학교가 될 터이니 말이다. 이 경우에도 성실하게 조사에 응한 학교만 폭력학교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원본 자료는 이미 각급 기관, 개인에게 파급됐다. 공개 당일인 지난 20일 낮 동안 이미 수천명이 교과부 누리집에서 자료를 내려받았다. 접속자가 많아 접속장애가 일어날 정도로 관심은 비상했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즉각 엉터리 자료를 내리고, 장관의 사과나 사퇴 등을 통해 학교 불신, 학부모 불안을 해소해야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엉터리인 수정 자료의 공개를 고집하는 이들의 안중엔 학교도 학부모도 없다. 오로지 자리보전 의지뿐이다.
공개 과정의 독단성과 일방주의도 심각한 문제였다. 대다수 홍보전문가는 공개의 위험성을 거듭 제기했다. 통계로서 가치가 없고,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며, 학교를 방관자로 만든다는 것이다. 보수적 교사단체인 교총마저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주호 장관은 모두 묵살했다.
이 장관의 이런 태도는 이번만이 아니었다. 그는 경쟁지상주의의 경제논리를 학교에 적용해, 사회경제적 배경이나 지역적 특수성을 무시한 채 전국 학교를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서열화 놀이에 탐닉했다. 반교육성에 대한 지적은 묵살했다. 이번의 엉터리 자료에 의한 폭력학교 서열화 시도도 그 연장선이었다. 그런 그가 전국 학교장을 상대로 학교폭력 강의를 한다고 한다. 당장 경질돼도 시원찮을 사람이 학교장에게 훈시한다니, 우리 교육의 암담한 현실이다. 그만 엉터리 자료는 폐기하고, 이 장관은 사퇴하고, 관련자는 문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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