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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 도 넘은 말싸움 자제해야 |
남북의 감정싸움이 심상치 않다. 북의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특별작전행동소조는 급기야 어제 선전포고와 다름없는 대남 ‘통고’를 했다. “특별행동의 대상은 주범인 리명박 역적 패당이며 공정한 여론의 대들보를 쓸고 있는 보수 언론매체들을 포함한 쥐새끼 무리들”이라며 “특별행동은 일단 개시되면 3~4분, 아니 그보다 더 짧은 순간에 지금까지 있어본 적이 없는 특이한 수단과 우리식의 방법으로 모든 쥐새끼 무리들과 도발 근원들을 불이 번쩍 나게 초토화해버리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빈말을 모른다고도 했다. 섬뜩하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북에 냉정과 자제를 엄중하게 촉구한다.
북의 이번 언사는 이전의 것보다 훨씬 적대감이 강렬하고, 행동요령도 구체적이다. 이전에는 이명박 정권을 가리켜 ‘역도’ ‘역적패당’으로 표현하는 데 그쳤으나, 지난 2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 때 처음 ‘리명박 쥐새끼’라는 욕설을 사용했다. 어제 나온 특별작전행동소조 통고에서도 4차례나 ‘쥐새끼’라는 욕설을 썼다. 아무리 적대적이라고 해도 국가원수에 대한 수준 이하의 험담이다. 통고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아니라 그 산하의 특별작전행동소조에서 낸 점도 특이하다. 이름으로 보아 작전실행부대로 짐작된다. 말로만 그치지 않고 실행에 옮기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북이 이렇게 강경한 언사를 쓰는 것은 4·11 당대표자회 → 4·13 로켓 발사 및 최고인민회의 → 4·15 태양절 군사퍼레이드를 통해 당·정·군의 명실상부한 최고지도자로 등극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체제를 공고하게 하려는 속셈이 작용했을 것이다. 더구나 출범 초부터 4·13 로켓 발사 실패와 미국과의 2·29 합의 파기, 이에 따른 국제적 압력의 강화로 궁지에 몰려 있는 터였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라디오연설(16일), 국방연구소 방문 및 미사일 동영상 공개(19일), 통일교육원 최고위과정 특강(20일)에서 북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자 감정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이 구체적으로 행동계획을 밝힌 이상 철저한 경계와 대응태세를 갖춰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대통령을 비롯한 당국자들도 공연히 북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 북도 감정적 대응이 체제의 안정이나 남북관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남북 모두 거친 말싸움이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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