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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논리도 염치도 없는 새누리당의 ‘몸싸움방지법’ 반대 |
국회 내 폭력사태 등을 막기 위해 여야가 어렵사리 처리에 합의한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새누리당이 갑자기 딴죽을 걸고 나섰다. 국회선진화법 문제에 대한 새누리당의 ‘변심’은 4·11 총선 이후 여당이 얼마나 오만해졌는지를 잘 보여준다. 총선 전에는 자신들의 과반 의석 확보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야당 견제용 장치들을 법안에 포함시켰는데, 다수당이 되고 보니 마음이 바뀐 것이다. 참으로 속보이는 정치행태가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이 신속처리제도의 요건을 과반수로 낮추고 처리기간을 단축하자고 주장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신속처리제도의 요건을 그렇게 완화하면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에서 모든 법안을 ‘신속처리’할 힘을 갖게 된다. 어떤 법안이 상임위나 법사위에서 정해진 기간 안에 심사를 마치지 못해도 새누리당이 마음만 먹으면 본회의에 자동회부할 수 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폐지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제도 등 소수당이 다수당을 견제하는 방안 자체가 무색해진다.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다수당에 법안 통과의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다. 어떤 법안의 신속처리 문제를 놓고 여야가 몸싸움을 벌이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우려된다.
주목할 점은 새누리당의 태도 변화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의중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박 위원장은 어제 “법안의 취지는 의미가 있지만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해 여야가 합의한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부정적인 뜻을 분명히 했다. 여당이 원하는 법안은 무리수를 무릅쓰고라도 통과시켜야 한다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이 확연히 배어나는 발언이다.
새누리당의 ‘새 제왕’인 박 위원장의 생각이 이러하니 당에서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야 합의의 당사자인 황우여 원내대표가 “(본회의 처리를) 합의한 것이 아니라 단지 운영위에서 가결된 것일 뿐”이라고 횡설수설하며 자신은 결정권이 없다고 꽁무니를 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국회선진화의 요체는 공존과 타협이다. 국회선진화법은 여야가 대화와 토론을 통해 정치문화를 바꿔나가자는 다짐의 출발이다. 그런데 국회법 개정 과정부터 정치신뢰가 깨지고 우격다짐이 판을 쳐서는 새로운 정치문화 창출은 요원하다. 더욱 분명한 사실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여야가 합의해 국회선진화법을 만드는 일은 사실상 물건너간다는 점이다. 그리고 국회는 날치기 통과와 몸싸움의 악순환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 책임은 고스란히 새누리당이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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