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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막장드라마’ 뺨치는 삼성의 유산 분쟁 |
삼성 재벌가의 유산 다툼이 진흙탕으로 빠져들고 있다. ‘세계 초일류’를 추구한다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 입에서 형 이맹희씨를 비난하는 험담이 원색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이맹희씨 역시 막말로 쏘아붙인다. 양쪽의 다툼은 삼류 저질 막장드라마에 비견될 만큼 품위와 거리가 멀다.
이건희 회장은 어제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아버지 이병철 회장이) ‘맹희는 완전히 내 자식이 아니다’ 하고 내제낀 자식” “이맹희는 감히 나보고 ‘건희 건희’ 할 상대가 아니다. 날 쳐다보고 바로 내 얼굴도 못 보던 양반” 등의 독설을 퍼부었다. 전날 맹희씨가 상속재산 분할 청구소송의 대리인을 통해 “최근에 건희가 어린애 같은 발언을 했다” “건희는 형제간에 불화만 가중시키고 자기 욕심만 챙겨왔다” 등의 내용을 담은 육성 테이프를 공개한 데 대한 반격이다.
이번 소송을 놓고 두 사람이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는 것은 이해가 간다. 맹희씨가 요구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의 가치는 7000억원대에 이를 뿐 아니라, 이 회장이 패소할 경우 외아들 이재용씨에게 삼성의 경영권을 물려주는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된다. 이 소송에 나라 안팎의 커다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여기에다 소송 대상이 된 4조원대의 차명주식이 실제론 어떻게 형성됐는지, 이 회장이 삼성 특검을 통해 상속권을 인정받고 차명주식을 실명전환한 것이 적법한지, 이 과정에서 2조원가량의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등 추가적인 궁금증도 널려 있다.
그런 탓에 두 사람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국민은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연달아 쏟아져 나오는 것은 그저 막말뿐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거론하기가 민망하다. 이렇게 볼썽사나운 꼴을 계속 연출한다면 누가 소송에 이긴들 결국엔 양쪽 모두 패자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오십보백보의 차이겠지만, 냉정을 더 찾아야 할 당사자는 이건희 회장 쪽이다. 이번 소송은 이 회장이 무리하게 이재용씨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려 한 데서 촉발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은 유산 소송이 제기된 뒤 삼성물산 직원들이 이맹희씨의 아들 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을 미행한 사실이 들통나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은 미행사건에 대해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이 먼저 격한 감정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소송을 진행하기 바란다. 삼성은 자산총액 230조9000여억원, 매출액 254조5000여억원(2010년 말 기준)을 기록한 세계적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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