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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마지막까지 추태만 보이고 끝나는 18대 국회 |
역대 최악의 국회 중 하나로 기록될 18대 국회가 마지막까지 추태를 보였다. 여야는 어제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싸고 혼미를 거듭하다 본회의조차 열지 못함으로써, 지난 4년을 반성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결국 국회 내 몸싸움 방지를 위한 ‘국회선진화법’이 사실상 무산됐을 뿐 아니라 ‘약사법 개정안’ 등 수많은 민생법안도 모두 폐기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18대 국회 4년은 한마디로 답답함의 연속이었다. 172석이라는 절대 과반을 차지한 새누리당의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로 파행과 대결로 얼룩졌다. 18대 국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간추리면, 가장 먼저 역대 어느 국회보다도 악법을 양산한 국회라는 점을 들 수 있다. 2008년 4대강·형님예산 강행처리를 시작으로 부자·대기업 감세, 금산분리 훼손,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악법 릴레이’가 이어졌다. 2009년엔 여론 독과점을 조장하는 미디어법이 강행처리됐고, 급기야 지난 연말엔 공공정책의 입법 주권을 위협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날치기 처리로 ‘화룡점정’을 했다.
‘직권상정 국회’라고 할 정도로 여당이 철저히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을 한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해가 대립하는 쟁점 법안에 대해 여야가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압도적 다수 의석을 보유한 여당의 강행처리로 이어졌다. 여당 일부에서 거수기 노릇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찻잔 속의 태풍이었다. 그동안 여당 속 야당인 양 반사이익을 누렸던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당 내 2대 주주로서 사실상 각종 악법의 날치기를 방관한 책임이 그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18대 국회는 야당의 무기력함이 드러난 국회였다. 89석이란 소수 야당의 한계는 있지만, 정치력도, 돌파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2월의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파동이나, 지난 연말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처리 과정에서 보듯 내부 결속도 이루지 못한 채 번번이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오는 6월5일 개원하는 19대 국회는 18대 국회의 잘못을 되돌리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4·11 총선을 거치면서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민심의 요구는 분명해졌다. 문제 법안은 고치고, 잘못된 관행은 개선해야 한다. 과반 의석을 턱걸이한 여당이나, 몸집을 불린 야당이나 18대 국회의 부끄러운 관행에서 말끔히 벗어나는 것이 민심을 잡는 지름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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