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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시 오만과 독선에 빠져드는 새누리당 |
새누리당이 총선이 끝난 뒤 민심과는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말로는 총선 승리에 도취되지 말고 민생 챙기기에 진력하자고 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전혀 반대다. 야당과의 약속 파기, 내부 권력다툼 등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 특유의 오만함과 자기도취 행태가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국회교섭단체 대표 자격으로 <한국방송> 라디오 연설을 했다. 그는 “일부 당선자들의 과거 잘못으로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김형태·문대성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공천 잘못을 사과했다. 그러나 국회법 개정안(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여당의 합의 파기로 국회가 공전 상황에 빠진 데 대해서는 아무런 사과나 유감 표시가 없었다. 국민의 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법안 59건이 무더기로 폐기될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에서 “19대 국회는 18대와는 완전히 다른 새 국회를 만들겠다”는 그의 다짐은 공허하기만 하다.
새누리당은 이미 당 전체가 대선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대선후보 경선규칙 개정 문제를 놓고 ‘친박 대 비박’ 간에는 연일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진다. 새누리당이 조기에 대선 경쟁을 시작한 것을 탓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 과열에 반비례해 민생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식어가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특히 박 위원장이 총선 승리 감사와 민생공약 실천 다짐 등을 명목으로 사실상의 지역순회 대선 표밭갈이에 나섰으면서도 정작 중요한 현안들을 외면하는 것은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의 내부 권력다툼에서 친박세력들이 보여주는 행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엊그제 새누리당을 발칵 뒤집어놓은 ‘차기 당 대표-원내대표-사무총장 명단’ 소동은 ‘박근혜 1인 정당’의 심각한 폐해의 일면을 잘 보여준다. 새누리당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경선규칙 개정 문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위원장의 막강한 위상에 비춰 ‘경선은 해보나 마나’라는 전망까지 나오는데도 친박 쪽은 요지부동이다. 다른 국정 현안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박 위원장도 이 문제만큼은 직접 나서서 “선수가 룰에 맞춰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박 위원장이 이렇게 강경하니 친박 안에서도 누가 감히 다른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어차피 경선규칙 문제 등은 새누리당이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지만 문제는 새누리당 신주류의 이런 꽉 막힌 태도와 박 위원장의 제왕적 당 운영이다. 총선 이후 사실상 국가운영의 키를 쥔 친박세력의 문제는 벌써 국정운영 곳곳에서 폐해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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