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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30 09:01 수정 : 2012.04.30 09:01

정부가 2008년부터 전국의 초·중·고교 960곳을 무작위로 골라 실시하던 학교급식 쇠고기 원산지별 사용실태조사를 지난해부터 중단했다고 한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면서 국민에게 했던, 광우병 발생 시 학교급식 및 군납 중단 약속에 따른 실태조사였다. 불과 3년 만에 전체 학교의 겨우 8.4%만을 대상으로 하던 조사마저 슬그머니 중단한 셈이다. 위험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조사 대상을 늘리기는커녕 이를 포기했으니, 정부의 학생 건강에 대한 무관심은 끔찍하다.

이 조사는 단순히 광우병 소가 발견된 나라의 쇠고기가 공공급식에 얼마나 쓰이는지 알아보는 구실만 한 건 아니다. 학교별 사용실태를 드러냄으로써 위험한 식재료 사용을 간접적으로 통제하는 구실도 했다. 90% 이상 학부모가 반대하는 현실에서, 공개당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아이들에게 미국산 쇠고기를 먹이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 조사가 진행되던 지난 3년 동안 호주산, 뉴질랜드산 쇠고기는 일부 있었지만, 미국산 쇠고기를 이용하는 학교는 없었다. 간섭이 없어지고, 공개 가능성이 사라진다면 학교가 어떻게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조류독감이 유행하면 닭이, 구제역이 유행하면 소·돼지가, 아무런 선택권이 없는 학교나 군대나 병원 밥상에 많이 오른다는 속설이 많았다. 친환경 학교급식 조례 제정 운동이 펼쳐지고, 학교 밥상에 대한 견제가 커지기 전엔, 심지어 병들어 일어나지 못하는 소를 도축해 아이들에게 먹인 일도 있었다. 누구보다 먼저 그 건강을 챙기고 돌봐야 하는데도, 비용절감 혹은 초과이윤을 위해서라면 가장 먼저 아이들을 희생시켰다.

우리도 가입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특별히 어린이 건강에 관한 사회적 책임을 명시했다. “공공 또는 민간 사회복지기관, 법원, 행정당국 또는 입법기관 등이 실시하는 모든 활동에서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3조1항). “당사국은 도달 가능한 최상의 건강수준을 향유하고, 질병의 치료와 건강의 회복을 위한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아동 권리를 인정한다”(24조1항). 그 첫번째 대상이 학교급식일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미국산 안전하다’는 발표 이외에는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고 있다.

2003년 1월, 15살 소녀 조안나가 인간광우병에 희생됐을 때 영국 사회는 다른 어떤 때보다 깊고 큰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조안나의 죽음과 그 충격을 기억하기 바란다. 우리 어린이를 단 1명이라도 그런 위험에 노출시켜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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