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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30 19:14 수정 : 2012.04.30 19:14

정부가 어제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한 지 닷새 만에 민관합동조사단을 파견했다. 그동안 국민 건강 보호 차원에서 ‘선 검역(또는 수입) 중단-후 역학조사’를 요구하는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요구가 빗발치자, 마지못해 취하는 조처란 인상이 짙다. 정부는 조사단 파견 전에, 미국 정부의 설명을 들어보니 국민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므로 검역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이미 세워놓은 터다.

지난 2008년 쇠고기 촛불시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총리, 농림수산식품부·통상교섭본부의 책임자들이 목소리를 높여 ‘광우병 발생 시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한 약속은 더 상기시키고 싶지도 않다. 자신들이 텔레비전 생중계와 국회 답변, 명확한 자료를 통해 한 약속도 손바닥 뒤집듯 부인하는 당국자들의 낯두꺼움을 보면서 염치와 신의를 저버린 못 믿을 정부임을 다시금 확인할 뿐이다.

그렇다고 이번 조사단이 제대로 조사를 할 것 같지도 않다. 먼저 정부와 학계, 소비자단체 9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의 면면을 보면, 친정부 인사 일색이다. 특히 소비자단체 대표를 제외한 8명이 모두 농식품부 산하기관인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출신이다. 학계 대표로 참가하는 서울대 유한상 교수는 무려 11년이나 검사본부에서 검역원으로 일한 전력이 있고, 유관단체 대표로 따라가는 김옥경 대한수의사회 회장도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과 같은 시기에 국장을 함께 한 사이라고 한다. 소비자단체 대표도 농식품부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친 농식품부 장관 인사라고 하니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이번 조사단 구성은 2010년 캐나다와 쇠고기 수입 재개를 앞두고 구성했던 조사단에 정부에 비판적인 학자와 전문가를 3명이나 포함했던 것과 대비된다.

조사단이 미국에 가서 하는 활동도 매우 제한적이다. 가장 핵심적인 장소인 광우병 발생 농장을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조사단이 원하는 작업장이나 도축장을 독자적으로 지정해 평가하거나 필요한 조처를 취할 수도 없다고 한다. 쇠고기 협상 때 실질적인 현지조사 권한을 명시한 일본과 달리, 미국 정부가 하는 말만 듣고 그들의 안내에 따라 돌아다니다 귀국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눈가림 검역 강화에 이은 눈 가리고 아웅 식 행정의 전형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는 건 이 때문이다. 안 될 것을 뻔히 알면서 하는 시늉이라도 해서 여론의 압력을 피해 보려는 것은 국민을 한없이 우습게 아는 이들이나 하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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