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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출 부정, 후보 교체도 불사해야 |
통합진보당이 오늘 비례대표 선출 부정과 관련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통합진보당은 4·11 총선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는 문제제기가 나오자, 선거 다음날인 12일 즉각 비례대표 후보 선출 선거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조준호 공동대표)를 구성해 조사를 해왔다. 조사는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발표 날짜는 애초 29일에서 연기됐다. 조사 결과에 대한 이견이 아니라 후속 조처를 둘러싼 당내 계파 간 이견이 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선출은 두 경로로 진행됐다. 하나는 전체가 온라인투표로 진행된 청년 비례대표 선출이고, 하나는 온라인과 현장투표가 혼합된 일반 비례대표 선출이다. 조사단은 온라인투표의 경우 ‘소스코드가 열람된 기록이 있어 투표관리에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고의적인 부정행위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투표에서는 ‘전체의 80~90%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심지어 여러 장 묶여 있는 투표용지가 낱장으로 분리되지 않고 무더기로 들어온 경우, 투표용지를 확인하는 일련번호나 배부자 보관용 용지가 분리되지 않고 통째로 투표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이승만·박정희 정권 때의 부정선거 사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황당한 일이 도덕성을 생명으로 삼는 진보정당에서 일어났다는 게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당과 야권통합 후보를 결정하는 서울 관악을 여론조사 과정에서도 조사 동향을 빼내 지지자들에게 허위 답변을 유도하는 부정을 저질러 후보자로 나섰던 이정희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바 있다. 또 이를 계기로 통합진보당의 당권파 안에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직문화가 유지되고 있다는 관련자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이번 비례대표 부정 조사 결과까지 고려하면, 당에서 아무리 ‘그런 문화가 없다’고 부정한들 곧이듣기가 어렵게 됐다.
이번 총선을 통해 통합진보당은 의석 13석의 당당한 제3당으로 부상했다. 또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화두로 등장한 시대에, 서민의 처지에서 이를 선도해야 할 무거운 책임도 짊어져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비전과 정책도 국민의 신뢰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통합진보당은 지금 신뢰의 위기에 놓여 있다. 이번 부정 조사는 신뢰 회복을 위한 절호의 기회다. 문제를 낱낱이 드러내놓고 반성하고 재출발해야 한다. 비례대표 순번에 영향을 줬다면 과감하게 후보도 교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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