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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5.02 08:30 수정 : 2012.05.02 08:30

국토해양부가 수서발 고속철도(KTX) 운영사업 민영화를 강행하려고 여론조작이나 다름없는 무리수를 둔 사실이 드러났다. 케이티엑스 민영화에 부정적인 여론을 뒤엎기 위해 지난달 말께 소속기관들에 강제적으로 찬성 의견을 유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가 들통이 난 것이다. 명분도 타당성도 없는 사업을 밀어붙이려고 1970~80년대 독재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일을 서슴지 않은 셈이다.

국토부는 작심을 하고 케이티엑스 민영화 찬성 여론 확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소속기관에 내려보낸 ‘철도 경쟁체제 트위터 홍보 협조요청’ 자료를 보면, 국토부 본부와 49개 소속기관은 모두 하루에 절반 이상의 직원이 트위터로 민영화 찬성 홍보를 해야 했다. 이는 장관의 지시사항으로, 국토부는 매일 홍보실적을 기관별로 제출받은 뒤 장차관에게 1일 트위터 동향을 보고하게 돼 있다. 말이 협조요청이지 ‘총동원령’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특히 트위트 내용과 방법을 매우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소속기관이 아닌 개인 계정으로 리트위트를 하라고 지시한 것은 찬성의 주체를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으로 둔갑시키려는 의도가 뻔하다.

국토부의 행위는 참으로 어이없고 유치하다. 국가적 관심사일수록 국민의 생각을 정책에 충실하게 반영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일 텐데 거꾸로 가기에만 열심이다. 공무원들을 동원해 정부에 유리한 여론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구시대적 사고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달 말부터 국토부가 일러준 내용 그대로 민영화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트위트들이 게시된 모양인데, ‘울며 겨자 먹기’로 트위터 홍보에 동원된 공무원들은 얼마나 큰 자괴감을 느꼈을 것인가.

케이티엑스 민영화에 대한 여론은 이미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한겨레>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함께 지난 21일 전국의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민영화에 찬성하는 의견은 23.1%에 불과했다. 반면에 민영화 반대는 66.0%로 거의 세 배에 이르렀다. 정부가 민간인을 가장해 찬성 여론을 홍보하려 한 것 자체가 민영화의 부당성을 자인한 꼴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얕은 술수로 국민을 호도하려 들지 말고 케이티엑스 민영화 구상을 당장 중단하는 것이 옳다. 아울러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트위터 홍보를 직접 지시했는지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직접 지시를 내렸다면 권 장관 스스로 여론 호도의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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