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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중 FTA, 실제 협상은 다음 정부에서 하라 |
우리나라와 중국이 어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3대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연합에 이어 중국과의 에프티에이 체결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하지만 기대보다 불안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한-중 에프티에이는 미국이나 유럽연합과의 에프티에이보다 국내 산업에 끼칠 영향이 훨씬 더 클 뿐 아니라 시기도 적절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임기가 1년도 안 남은 시점에 협상 개시를 선언한 것부터 그렇다. 우리 정부는 두 나라가 이미 7년간의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정부에서 체결된 한-미,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의 효과에 대한 검증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유럽연합과는 에프티에이 체결 뒤 무역수지 흑자폭이 줄었고, 미국과의 에프티에이도 발효된 지 한달이 지났지만 수출 증가세는 오히려 둔화됐다. 거대 경제권과의 에프티에이 체결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서둘러 협상 개시를 선언한 것은 유감이다.
더욱이 한-중 에프티에이가 체결되면 국내 농업은 괴멸 상태에 빠지게 될 게 뻔하다. 국산 곡물류나 과일·채소류의 값이 중국보다 5~7배나 비싼 상태에서 중국산이 밀려들어올 경우 국내 농업 기반은 와해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민감품목으로 지정해 관세 감축기간 연장 등의 보호장치를 마련한다고 해도 농업 파탄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어쭙잖은 피해대책 몇 개 내놓고 농심을 달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런데도 정부가 농민들과 충분한 대화 없이 한-중 에프티에이 체결을 밀어붙이려 해선 안 된다.
협상 개시를 선언했더라도, 구체적인 협상은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추진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이 기간에 협정 체결로 직간접 피해를 보게 되는 국내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한-미,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 체결 과정에서는 국내 업계의 실태와 요구가 제대로 반영됐다고 볼 수 없다.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국내 업계의 이익을 최대한 관철할 수 있도록 철저하고 꼼꼼하게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실질적인 협상은 다음 정부에서 하는 게 낫다고 본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이명박 정부에서 협상이 시작될 경우, 내년에 들어설 새 정부의 정책과 연속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이 정부는 온갖 비리사건에 휘말려 국민 신망을 잃은 지 오래다. 국민 신뢰를 잃은 정부가 추진하는 협상은 동력을 받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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