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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재창당 준하는 쇄신으로 답해야 |
통합진보당의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이 총체적 부실, 부정선거라는 당 진상조사위의 발표가 어제 있었다. 온라인투표에서는 대리투표가 확인됐고, 현장투표에서는 당원이 아닌 사람이 투표에 참여한 ‘유령투표’ 흔적도 발견됐다. 프로그램 데이터를 수정하는 등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는 선거가 진행됐다. 한마디로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어느 정당보다도 공정하고 투명할 것으로 기대되는 진보정당이기에 더욱 그렇다. 통합진보당은 진보진영의 도덕성에 불신을 초래한 이번 사태에 대해 통절하게 반성해야 마땅하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사태를 보는 당내 일부의 안이한 시각이다. 이른바 당권파 쪽에서는 이번 경선 부정이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단순 운영미숙과 실수인 만큼 이정희 공동대표가 책임질 일도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한심한 발상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권력다툼을 벌일 조짐도 있다고 한다. 지금이 당권놀음이나 하고 있을 한가한 상황은 아니다.
무엇보다 사건 경위를 낱낱이 국민 앞에 공개하는 게 우선이다. 사건의 진상을 숨김없이 공개하면 자연스레 해결의 실마리도 나올 것이다. 당 진상조사위가 보름 남짓 조사를 벌여온 만큼 그간의 조사 내용을 숨김없이 공개하고 관련자들의 잘잘못을 따져야 할 것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이 전면적인 당 쇄신의 첫걸음이다. 필요하면 당 안팎의 책임있는 인사들로 진상조사위를 추가로 구성해 시한에 구애받지 않고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이번에 나온 진상조사위 조사결과에 따른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도 시급하다. 공동대표단의 사퇴나 무슨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도입 정도로 수습되리라고 보면 오산이다. 당원과 지지자들은 재창당에 준하는 당 체제의 전면적 쇄신, 폐쇄적 당 운영 관행 개선, 진보정당의 이름에 걸맞은 합리적 구조 확립을 요구하고 있다. 이른바 경기동부연합으로 상징되는 후진적인 조직문화가 실제로 있다면 이 기회에 뿌리뽑아야 할 것이다. 적당히 봉합하려 들지 말고 지지자들이 그만하라 할 때까지 뼈를 깎는 체질개선 작업을 벌여야 한다.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통합진보당에 13석이란 적지 않은 의석을 준 것은 연말 대선에서 야권연대의 한 축을 담당해 달라는 주문이었을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거듭나지 못하면 야권 전반의 활력과 외연 확대가 어려워질 수 있다. 통합진보당이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진보의 이름에 걸맞은 당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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