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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의 ‘몸통’을 찾아라 |
대검 중앙수사부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비리사건 수사가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다. 그동안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구속하는 등 검찰 수사가 나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그간 제기된 여러 의혹에 비춰보면 이번에 세 사람에게 적용된 혐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아직 검찰이 밝혀야 할 내용이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우선 박영준 전 차관과 관련해서는 단순히 파이시티 사건을 둘러싼 비리 의혹뿐 아니라 비자금 자체에 대한 본격 수사가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다. 박 전 차관의 돈을 세탁해준 것으로 알려진 제이엔테크 이아무개 회장의 계좌에서 수상한 뭉칫돈이 발견된 이상 국외에 체류중이라는 이유로 그를 조사하지 않고 넘어가기는 어렵게 됐다. 검찰로서는 사실상 자금관리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 회장 소환조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자금 사용처 등의 규명은 물론 포스코와의 유착 여부 등 다른 비리 의혹도 제대로 밝혀낼 수 있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도 파이시티 이정배 전 대표한테서 8억원을 받은 사실 이외에 인허가 과정에서 어느 정도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과의 접촉은 없었는지 등 밝혀야 할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대목은 인허가 과정에서 핵심적 영향력을 행사한 배후의 몸통이 누구냐 하는 점이다. 당시 서울시 실무자들은 물론 도시계획위원회에서도 반대 의견이 적잖았는데도 결국 용도변경이 이뤄지고 이후 건축허가까지 났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행적을 둘러싼 최근 보도들이 눈길을 끈다. 보도를 보면, 2005년 9월 파이시티 문제를 다루기 위한 서울시 정책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실무진이 용도변경을 해줄 경우 특혜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하자, 그는 “기업이 돈을 벌면 배아프냐”고 말하는 등 파이시티 사업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고 한다. 결국 그가 퇴임하기 50일 전에 용도변경이 이뤄진 것도 이런 배경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올 만하다. 최근 진행중인 서울시의 자체 조사 과정에서 나온 시 공무원들의 발언이라니 허투루 넘길 일은 아닌 듯하다.
당시 서울시 정무국장이던 박 전 차관이 아무리 실세라 해도 공무원들의 반대를 뚫고 혼자 힘으로 이를 관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검찰이 이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파헤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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