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김재철 MBC 사장의 ‘여성 무용가’ 특혜 의혹 |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을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회사 법인카드를 7억여원이나 부정사용한 혐의로 고발된 데 이어, 이번엔 재일동포 여성 무용가 ㅈ씨에게 각종 특혜를 줬다는 파문에 휩싸였다. 특혜의 내용이 매우 구체적일 뿐 아니라 특정인에게 장기간 집중돼 있어 쉽게 넘어가기 어려워 보인다.
김 사장의 ㅈ씨 밀어주기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문화방송 노조의 주장을 보면, 김 사장은 지난 3월 공연된 문화방송 창사 51돌 특집 뮤지컬 <이육사>를 ㅈ씨가 대표로 있는 기획사에 맡긴 뒤 기업 협찬금 12억원 중에서 9억원을 줬다. 하지만 이 뮤지컬은 티켓이 거의 팔리지 않았고, 대부분 공짜 초대권으로 채워졌다고 한다. 그야말로 재주는 문화방송이 부리고 돈은 ㅈ씨가 챙긴 꼴이다. 또 지난해 전주대사습놀이 공연에 나온 ㅈ씨 무용단에 다른 예술계 인사들보다 훨씬 많은 4300만원을 전주문화방송을 통해 지급한 사실도 공개됐다. 김 사장이 지난 7년 동안 이런 방식으로 ㅈ씨 쪽에 준 특혜가 20여건에 이른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특히 김 사장이 ㅈ씨 친오빠에게 베푼 특혜는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ㅈ씨 오빠에게 ‘문화방송 중국 동북3성 대표’라는 정체불명의 직책과 함께 매달 200만원의 월급을 지급했으며, 문화방송 자회사의 중국동포 관련 행사 때는 행사 진행비로 수백만원을 따로 챙겨줬다고 한다. 노조가 “김 사장과 무용가 ㅈ씨 사이의 특수관계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할 만한 내용들이다.
무용가 ㅈ씨를 둘러싼 의혹이 사실이라면, 공영방송 사장의 지위를 자신의 사적 이해에 동원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 공영방송을 책임지기에는 너무나 저열한 윤리의식 수준이다. 문화방송을 사실상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시킨 것만도 물러나야 마땅한 일인데, 사퇴 사유가 명백하게 늘어난 셈이다. 김 사장은 ㅈ씨에 대한 특혜 의혹을 소상히 설명하고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
아울러 경찰은 김 사장의 법인카드 부정사용 혐의와 함께 ㅈ씨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문화방송 노조는 3월 이후 두 차례 김 사장을 고발했으나, 경찰 수사는 4월21일 김 사장을 한 차례 불러 법인카드 부정사용에 대해 조사한 것이 전부다. 이런 식이라면 봐주기 수사라고 비판받아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경찰이 미적거리는 동안 김 사장 사퇴를 요구하는 문화방송 파업은 벌써 100일째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