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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천광청 사건’으로 인권 실험대 오른 중국 |
중국의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의 신변 문제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천광청은 고학으로 법률공부를 해 변호사가 된 뒤, 강제낙태 등 중국의 비인간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앞장서 비판해왔다. 이런 행동을 눈엣가시로 여긴 중국 정부에 의해 4년3개월 옥살이를 했고, 2010년 석방된 뒤에도 줄곧 산둥성의 집에 강제연금됐다. 오히려 이런 탄압이 그를 중국 인권운동의 상징으로 부각시켰다.
그가 지난 4월22일 엄중한 감시망을 뚫고 집에서 탈출해 베이징의 미국대사관에 진입하는 데 성공하고, 미-중 물밑협상을 통해 지난 2일 중국 정부의 안전보장 약속을 받고 대사관을 나왔을 때만 해도 한 편의 ‘해피엔딩’ 영화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가 대사관을 나와 병원에 입원하면서 급변했다. 그가 원할 때까지 곁에 있겠다던 미국대사관 직원들이 병원을 떠나고, 아내의 말을 듣고 중국 정부로부터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보장받기 힘들다고 판단한 듯하다. 급기야 그는 어제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연결된 미국 하원 청문회의 크리스 스미스 의원(공화)과 한 전화통화에서 미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미국으로 가고 싶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런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은 미국과 중국 정부가 천광청의 신변안전 보장 문제를 소홀히 한 채 정치적 봉합을 서두른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차기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보시라이 전 충칭 당서기의 부정부패 문제로 극도의 혼란상태에 있는 중국으로선 이 문제까지 겹쳐 파문이 커지는 걸 원하지 않았을 터이고, 미국도 대선을 앞두고 이란이나 북한 핵 문제와 통상문제에 대해 중국의 협조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중국을 자극하는 일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두 대국의 이해관계에 한 인권변호사의 인권이 희생될 위기에 놓인 셈이다.
가장 큰 책임은 중국 정부에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약속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세계 2대 강국의 위상에 맞게 인류 보편 가치인 인권 문제에 더욱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인권을 유린하고 경시하는 나라는 아무리 강국이라 해도 존경받을 수 없다.
마침 중국 외교부가 천광청의 의사 표시 뒤 ‘천광청이 원하면 유학할 수 있다’는 대변인 성명을 발표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말뿐이 아니라 즉각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미국 정부도 협상의 당사자로서 발을 빼지 말고 그의 안전보장 및 인권보호에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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