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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만에 병들고 결식에 시드는 아이들을 어찌하나 |
과거 아이들 건강을 재는 척도는 영양실조 여부였지만, 지금은 비만이 그 구실을 한다. 어린이 비만이 그만큼 많아진데다 간 기능 이상, 관절 질환은 물론 심지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성인병까지 유발하는 까닭이다. 게다가 75~80% 이상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고 어려서부터 열등감과 우울증에 빠지게 하는 등 그 폐해가 심각하다. 그런 어린이 비만이 7명에 1명꼴로 나타났다고 한다.
주목되는 건 추세다. 2008년 조사에선 초·중등생 비만율이 11.2%였지만, 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청 조사에선 초등생 13.6%, 중학생 14.1%로 크게 늘었다. 비만율이 특별히 높았던 2010년(14.3%)을 제외하고는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공부 압박, 성적순 줄세우기, 위험한 학교생활 등 온갖 스트레스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몸이나마 건강하길 바라는 건 과욕이다. 하지만 공동체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점점 더 병들고 있으니, 몸 건강이나마 바라는 걸 나무랄 순 없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어린이 비만을 잡겠다고 공언했지만 관심만 환기하는 데 그쳤다.
어린이 비만은 주로 식습관 및 생활습관 등 환경 요인에 의해 유발된다. 유전적 요인은 미미하다. 영양가는 적고 열량만 많은 음식을 많이 먹고, 끼니를 거르거나 폭식을 하고, 티브이나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고, 가급적 덜 걷고 뛰며, 불안이나 고민 억압 등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비만으로 직행한다. 그런 상황은 사회경제적 배경이 열악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노출되기 쉽다. 과보호가 과식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무관심이 불량한 식습관으로 이어져 비만을 유발하는 것이다. 2010년 조사에선 빈곤층이 많은 서울 중랑구(16.5%)가 서초구(11.34%)보다 5%포인트 이상 높았다.
비만도 비만이지만, 더 심각한 건 결식이다. 토요휴무에 따라 토요일마다 점심을 굶는 아이들이 11만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점심을 굶는데 아침, 저녁이라고 제대로 챙겨 먹을 리 만무다. 비만으로 병들어가는 아이들과 밥 굶어 시들어가는 아이들은 오늘날 병든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어린이 비만이 가족의 무관심 때문이라면, 아이들 결식은 가난과 공동체의 무관심 탓이 크다. 모두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병증이다.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까닭이다. 아이들 결식 문제는 무상급식 시스템 확충을 통해, 아이들 비만 문제는 학교교육의 정상화와 부모 교육 확대를 통해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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