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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5.06 19:12 수정 : 2012.05.06 19:12

통합진보당이 33시간에 걸친 전국운영위원회 회의 끝에 그제 밤 자정 무렵 비례대표 경선 파동에 따른 수습책을 마련했다. 이정희·유시민·심상정·조준희 공동대표단이 총사퇴하고, 경선을 통해 뽑힌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자 14명 역시 전원 사퇴하도록 했다. 이 수습책은 12일로 예정된 당 중앙위원회를 통과해야 최종 확정된다. 운영위 회의 과정에서 수습책에 격렬히 반발한 이른바 당권파들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운영위에서 당권파로 불리는 일부 당원들은 야유와 고함 등으로 회의 진행을 방해하고 건물 입구를 점거해 회의 속개를 막았다. 결국 전자회의를 열어서야 재적 위원 50명 중 28명 참석에 전원 찬성으로 수습책이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자파 논리를 관철하기 위해 무리수로 일관한 당권파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당권파에 속한 것으로 알려진 이정희 공동대표부터 상식적이지 못했다. 운영위원회 사회를 맡은 이 대표는 오후 2시에 시작한 회의가 자정을 넘길 무렵까지도 운영위원들의 표결 처리 요구를 무시했고, 당권파로 보이는 방청객들의 환호, 박수, 야유 등 회의 방해 행위를 실질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 당권파 쪽은 강기갑 의원 등이 “정말 지금은 내려놓아야 할 때”라고 읍소하다시피 해도 막무가내였다. 당권파의 사태 인식이나 대처 방법 모두 낙제점이었다.

당권파가 주장한 대로 당원 한명 한명의 명예가 중요하다면, 총선 때 진보정당에 기대를 걸고 찍어준 10.3%에 달하는 유권자들의 한표 한표도 소중하다. 지금껏 반박의 여지 없이 드러난 비례대표 경선 부정만으로도 당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유권자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자파 당원의 명예, 자파의 기득권이 그리 중요한가. 자파끼리 똘똘 뭉쳐 무슨 회의투쟁 하듯 일사불란하게 회의를 방해하는 모습은 80년대 운동권 일각의 후진적 행태를 보는 것 같아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이번 파동을 겪으며 통합진보당의 천박한 당내 민주주의 수준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과거 운동권의 분파, 서클 핵심이 당 중앙을 형성하면서 근대적 정당 리더십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정파 온정주의, 패권주의, 비밀주의 관행이 이어지면서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과 괴리가 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당을 해체하고 양심 있는 운동가들과 진보 정치인들이 새로 진보정당을 결성하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통합진보당 내 당권파들의 통절한 반성과 환골탈태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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