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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5.08 20:00 수정 : 2012.05.08 20:00

통합진보당의 경선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자 사퇴 문제를 둘러싸고 이른바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주말 전국운영위원회의 사퇴 권고를 거부한 당권파 쪽은 어제 국회에서 별도로 공청회를 열어 진상조사위 보고서를 반박했다. 이정희 대표는 “최소한의 소명 기회를 주고 유죄임이 입증되지 않으면 무죄라는 근대의 상식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중세식 마녀사냥이 횡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권파의 실세로 알려진 비례대표 2번 이석기 당선자는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없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사퇴할 수 없다”며 당원 총투표로 사퇴 여부를 결정하자고 말했다.

당권파의 주장에서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크게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모두 책임져야 하느냐는 독선적 사고방식이다. 목적이 옳은 만큼 절차와 방법이 조금 잘못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선 비례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이 조직적으로 부정을 저질러서가 아니라 부정으로 의심되는 증거들이 발견돼 경선 자체의 정당성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절차가 잘못됐다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그래서 청년비례를 포함해 경선에 참여한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들의 총체적인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당원을 무슨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것도 문제다. 진보정당의 중추는 당원이다. 하지만 국민이 없으면 당원도 없다.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가 1만명이 넘는 당원들의 표로 비례대표 후보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를 당선자로 만들어준 것은 통합진보당에 표를 준 200만명이 넘는 유권자들이다.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힌 윤금순 비례대표 1번 당선자는 엊그제 “지난 총선은 신뢰할 수 없는 명부를 내놓고 투표해 달라고 한 것이므로 국민께 사과하고 경선에 참여한 비례대표 후보들은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고방식이 상식에 맞고, 표를 찍어준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다.

통합진보당 사태 와중에 일부 보수언론들이 몇몇 인사들의 과거 행적을 들춰내 마녀사냥식 사상검증을 벌이는 것은 꼴불견이다. 지금 민주주의 절차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지 사상을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니다.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가 다소 뭉뚱그려졌다면 꼼꼼히 따져볼 필요도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정치적 책임을 지고, 환골탈태하는 게 먼저다. 통합진보당은 이런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당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대책을 고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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