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대로, 가장 큰 쟁점은 북한의 핵 포기 조건이다. 북한은 북-미 관계 정상화와 신뢰 구축, 대북 핵위협 제거 등을 주장한 반면, 미국은 각국의 대북 안전보장 제공과 경제협력을 제시했다. 협상을 위한 최소한의 공통분모는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미국이 미사일과 인권 문제를 함께 제기한 것은 의제를 분산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북-미 관계 정상화를 6자 회담과 분리시킨 것도 부적절하다. 북한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 등 추상적 목표를 내세우기보다는 현실성 있는 구체적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 포기 대상이 되는 핵의 범위에서도 북한은 핵무기에 국한한 반면, 미국은 모든 핵계획으로 잡고 있어 큰 간격이 있다.
이런 인식 차이를 하루아침에 좁히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때는 회담의 목표 및 거기에 이르는 과정에 먼저 합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회담 목표는 우리 쪽 대표단이 제시한 대로,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다른 나라들은 대북 관계 정상화와 안전보장, 경제협력을 제공하는 것이 돼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단계적인 목표와 논의 틀을 설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단계마다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회담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무엇보다 북한과 미국이 동시에 전략적 결단을 내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상대의 행동만을 요구하는 독단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국의 주도적 구실이 중요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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