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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현오 발언 논란, 이제는 마무리할 때 됐다 |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어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2010년 3월 문제의 발언을 한 지 2년여, 고발을 당한 지 1년9개월여 만이니 아무리 경찰 총수였다 해도 검찰의 늑장수사가 도를 지나쳤다. 그동안 두 차례나 서면답변을 받는 등 수사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이번 소환을 계기로 검찰의 적극적인 진상규명을 기대한다.
조 전 청장은 그동안 한편으로는 노 전 대통령과 유족들에게 사과한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고소가 취하되지 않으면 얘기할 수밖에 없다”는 등 협상을 기대하는 투의 발언을 해왔다. 그러나 발언 내용에 비춰 조 전 청장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와 별개로 그 발언의 진위를 명백히 가리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는 서울지방경찰청장 시절 기동부대 지휘관 특강에서 “노 전 대통령, 뭐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바로 전날 계좌가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차명계좌가”라고 발언했다. 노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투신한 것처럼 묘사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유족들이 그를 고발한 이유다. 조 전 청장은 국회의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에서 “노 전 대통령 묘소에 가 무릎이라도 꿇고 싶다. 유가족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검찰 출석을 피한 채 서면조사만 두 차례 받았다.
그가 주장하듯이 노 전 대통령에게 차명계좌가 있었고, 그 존재 때문에 다음날 투신했는지는 검찰 수사를 통해 분명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당시 박연차 사건 수사를 맡았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전날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얘기는 틀리다”면서도 “정상문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이 차명으로 관리하던 계좌들은 차명계좌로 볼 수 있다”고 말해왔다. 이 전 중수부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일단 계좌의 존재와 투신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정 전 비서관이 관리하던 계좌가 바로 조 전 청장이 말하는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인지는 수사를 통해 가려져야 할 것이다.
조 전 청장은 문제 발언의 근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겠다고 했으나 국민적 의혹을 부추겨놓고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고위공직을 지낸 사람으로서 취할 자세가 아니다. 더는 논란거리가 남지 않도록 모든 것을 사실대로 털어놓고 법적 심판과 함께 국민적 판단을 구하는 게 올바른 태도다. 검찰 역시 모든 의혹을 낱낱이 밝혀 국민 앞에 공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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