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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한구 원내대표, ‘미스터 쓴소리’답게 하라 |
새누리당이 어제 새 원내대표로 친박근혜계 핵심인 4선의 이한구 의원을 선출했다. 정책위의장에는 러닝메이트로 나선 3선의 진영 의원이 뽑혔다. ‘박근혜 경제교사’로 불리는 이한구 의원이 19대 국회 첫 원내대표로 당선된 것은 총선을 거치며 당내 다수를 차지한 친박계의 지지를 등에 업은 탓이다. 박근혜 친정체제를 구축함으로써 8개월 남짓 남은 대선국면에서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신임 원내대표 체제의 등장으로 새누리당은 박근혜당화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경선 하루 전인 엊그제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진영 후보의 지역구에 있는 노인복지관을 방문해 ‘박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진영 후보를 옆에 두고 박 위원장이 활짝 웃고 있는 사진 한 장으로 모든 게 정리된 듯싶다.
박 위원장으로선 총선 뒤 탄력을 받고 있는 대세론을 이어갈 수 있는 안정적인 원내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지만, 보기에 따라선 집권 여당이 친박 일색으로 사당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올 법하다. 15일로 예정된 당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에서 황우여 의원 등 친박 성향이 다수 지도부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은 그런 우려를 더욱 증폭시킨다.
이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으로 “온몸을 던져 대선 승리를 위해 뛰겠다”고 강조했다. 집권 여당이 대세론에 안주해 당과 국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만 몰두한다고 해서 정권이 재창출되지는 않을 것이다. 박근혜 위원장 한 사람의 의중에 따라 국회가 좌지우지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미스터 쓴소리’로 통하는 이 신임 원내대표가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야당과의 상생을 통해 국회를 역동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신임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 등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시대의 흐름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는 정부 정책에 반하는 소신 발언을 하다가도 경제민주화가 무얼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제민주화라는 게 선거 때 잠깐 표 얻자고 하는 게 아니다. 경제위기 와중에 고통받고 있는 서민과 중산층의 아픔을 대변하는 게 바로 정권 재창출의 지름길일 것이다.
이제 19대 국회를 이끌 이한구-박지원 여야 원내대표 체제가 갖춰졌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여야가 격돌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밝힐 건 밝히고 따질 건 따져야겠지만, 정치가 결국 민생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두 원내대표는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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