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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누리당, 방송장악의 ‘공범’임을 자인하나 |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어제 <시비에스> 인터뷰에서 언론 대파업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파업은 불법이며 정치파업의 성격이 강해 동조할 수 없다는 게 요지다. 원내대표의 말이니 새누리당의 공식적인 의견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문화방송> 파업이 100일을 넘기는 등 언론 대파업이 국가적 중대 현안으로 부각된 상황에서 왜 파업사태가 빚어졌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다. 새누리당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인식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
언론 대파업 사태의 본질은 간명하다. 이명박 정부 4년여 동안의 방송장악에 대한 언론노동자들의 저항이다. 청와대가 내려보낸 ‘낙하산’ 사장이 권력을 견제·감시하는 보도에 재갈을 물리고 권력 편향적 편파보도를 일삼는 것을 제자리로 돌리려는 몸부림이다. 공정방송만이 민주주의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이 여태껏 입을 다물다 결국 ‘불법·정치 파업’이라고 밝힌 것은 이명박 정부와 사태 인식이 완벽하게 일치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언론노동자들의 공정방송 의지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자, 이 정부의 방송장악 구도를 지속시키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새누리당이 이제 엠비정부 방송장악의 ‘공범’임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인가.
이 원내대표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감싸고 돈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이 원내대표는 “(박 위원장이 파업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순리가 아니고, 특정인이 뭘 다 풀고 이렇게 하면 얼마나 옛날 방식이냐”고 말했다. 방송 파업이라는 뜨거운 현안과 박 위원장 사이에 거리를 두려는 뜻일지 모르겠으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집권여당의 강력한 대선후보인 박 위원장은 국민적 관심사에 분명한 견해를 밝히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지금의 방송이 공정한지에 대한 박 위원장의 분명한 인식이다. 이를 제대로 알아야 공동체의 미래를 맡길 소양과 의지가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자라면 그 토양인 언론의 공정성이 권력에 의해 훼손되는 것을 그저 지켜보거나 이용하려 들지 않아야 한다.
이 원내대표가 공정방송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사장선출제도의 개선 필요성 등을 거론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제도 개선 역시 파업의 원인이 된 ‘낙하산 사장’의 퇴진이 선행되지 않는 한 그 의지도 실효성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그저 시간을 끌려는 꼼수로만 비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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