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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 말만 듣고 온 광우병 조사단, 누가 믿겠는가 |
지난달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을 조사하기 위해 현지에 간 민관합동조사단이 12일간의 활동을 마치고 어제 새벽 귀국했다. 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중앙가축방역협의회에 참석해 조사결과를 보고하고, 정부는 오후 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를 연 뒤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로선 국민적 우려 사안에 대해 긴박하고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르겠으나, 이런 부산함이 오히려 ‘뻔한 결론’을 가리기 위한 호들갑으로 비친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광우병 위험 요인은 없으며 검역강화 조처는 당분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런 조처는 조사단이 미국에 가기 전에 내렸던 결론과 다른 게 전혀 없다.
미국에 조사단을 파견하기 전에 미국의 설명을 듣고 내린 결론이, 조사단이 10일 이상 현지 조사 활동을 한 뒤 내린 결론과 그대로라는 것은 조사단 파견이 시늉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사단 활동과 미국의 설명이 일치했다고 할 수도 있으나, ‘견학단’ 또는 ‘유람단’이란 비아냥을 들은 조사단의 현지 활동을 뜯어보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조사단은 가장 핵심적인 광우병 발생 현장에 접근하지도, 농장주를 직접 만나 질문하지도 못했다. 마치 경찰이 범행 현장에 가보지도 못한 꼴이다.
정부가 쇠고기의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하면서도 검역 강화는 계속 유지하겠다고 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조사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했으면 검역을 정상으로 돌려야 마땅하다. 검역 강화 상태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것은 조사가 철저하지 않았음을 인정하거나 조사단의 ‘빈손 귀국’을 계기로 벌어질지도 모르는 시민의 항의를 잠재우려는 술수로 볼 수밖에 없다.
여야와 정부는 이참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것으로 드러난 가축전염예방법과 미국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빈틈없이 손질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던 수많은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과 기록이 있음에도, 정부는 법 조항 운운하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지금 있는 조항으로 충분히 수입이나 검역 중단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정부가 딴소리를 하지 못하도록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호주)처럼 광우병 발생 시 수입을 즉각 중단하도록 위생조건을 고치고, 가축전염예방법도 광우병 발생 시 수입 중단을 의무화하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우려하는 모양이지만 어떤 것도 국민 건강보다 우선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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