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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과세·감면제도 대폭 정비해 새는 세금 줄여야 |
재정 건전화를 위해서는 예산 낭비를 줄이는 것 못지않게 세금을 제대로 걷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어제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각종 비과세·감면이나 소득·세액공제 등 때문에 못 거둔 세금(조세지출)이 30조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보다 무려 41%가 늘어난 것으로 같은 기간의 국세 수입 증가율(29%)보다 훨씬 높다. 아무리 봐도 비정상이다. 정부는 그동안 지속돼온 각종 세금감면제도를 대폭 정비해 새는 세금을 과감히 줄여야 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감면해 주는 세금 규모 자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조세지출 규모는 30조원대로 늘었다. 감면제도 등이 아니었으면 거둘 수 있었던 국세의 13~15%에 이른다. 노무현 정부 말기의 12~13%에 비해 많이 높아진 수치다. 더욱이 2008~09년은 이 비율이 2년 연속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한도를 넘어섰다. 법정 한도도 지키지 못할 만큼 느슨하게 관리돼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세지출이 이렇게 늘어나는 것은 각종 비과세·감면제도를 제대로 정비하기 않았기 때문이다. 조세감면 항목은 2006년 230개에서 지난해 201개로 줄었다고 하지만 항목 통폐합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거의 줄지 않은 셈이라고 한다. 특히 지난해는 조세특례제한법에서만 13개 정도의 조세지출 항목이 추가되기도 했다. 조세지출이 중소기업이나 사회적 약자 등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처럼 멋대로 운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단일 항목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구개발(R&D)비용 세액공제는 대폭 손질해야 한다. 이 항목의 감면규모는 최근 3년간 연평균 19%나 급증했다. 하지만 이처럼 막대한 세제혜택을 받는 기업들이 과연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는지는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한 세제혜택의 대부분을 대기업들이 독차지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단지 연구개발을 촉진한다는 명분으로 연구개발 분야에 대해 대폭적인 세제지원을 해주던 시대는 지났다.
근로자에 대한 비과세·감면제도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정부는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봉급생활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각종 소득·세액공제제도를 존속시켜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혜택은 고액 연봉자들이 훨씬 많이 보고 있다. 이런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소득계층에 따라 감면제도를 차등 적용하는 등 보완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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