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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처님도 돌아앉을 일탈, 돈과 권력이 문제 |
중견 승려들의 노름판으로 촉발된 조계종단의 분란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보다 더 심각한 동영상이 있다며 종단 최고 간부까지 겨냥한다. 총무원 집행부가 일괄 사퇴하고 총무원장이 참회 정진을 해도 분란은 깊어만 간다. 부처님이 돌아앉고 보살들이 눈물 흘릴 판이다.
문제는 두 가지 차원으로 정리된다. 하나는 술·담배·도박·골프 등 일부 승려의 사치·향락 행위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이 포함된 기득권 승려들의 종단 권력 다툼이다. 승려의 일탈은 이미 2008년에도 종단 차원에서 논란이 됐다. 필리핀 원정 도박 및 음행 제보가 접수돼 사법·감찰기구인 호법부가 전국 교구본사에 경고의 지침을 내렸다. 당시 교단자정센터는 경고가 아니라 소수의 고위 부유층 승려에 대한 엄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번 노름판도 그런 일탈의 연장이었다. 되풀이되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본분을 파괴하는 일탈을 근절하지 못한 탓에 오늘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다른 차원은 공개의 배경인 이른바 특권 승려들의 기득권 다툼이다. 문제가 발생한 곳은 주지 등 총림의 권력을 놓고 내분이 일고 있는 백양사 주변이었다. 방장인 수산 스님의 유시(유언)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될 정도로 갈등이 심각했다. 동영상을 공개한 사람은 2009년 선거 때부터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관련한 의혹을 물고 늘어지고 고소·고발을 하다가, 종단에서 영원히 추방(멸빈)된 인물이다. 백양사에서나 총무원에서나 이른바 권력을 쥔 쪽이 공격을 당하고 있다.
불가에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청빈과 무소유를 실천하고, 고통스런 수행정진으로 세상의 어둠을 밝히겠다는 서원 자체가 공염불이 되었다. 소금이 짠맛을 잃고 등불이 빛을 잃은 것과 같다. 일부 권승들의 문제로 돌리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기다. 바로 그들이 종단과 사찰을 움직이는 까닭이다.
해결할 방도란 부처님 가르침대로 하면 된다. 스님들이 권력과 재물을 만지지 않으면 된다. 먹고 입는 것조차 구걸하도록 한 것은 이런 까닭이었다. 발본적 자세로 일탈을 뿌리뽑고, 청빈과 무소유로 돌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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