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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법사찰 몸통’ 청와대를 수사하라 |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브이아이피(VIP)에게 일심으로 충성하는 친위조직이 비선에서 총괄지휘’하게 한다는 등 불법사찰의 지휘체계를 담은 충격적인 내부문건이 어제 공개됐다. 여기에는 ‘특명사항은 청와대 비선을 거쳐 브이아이피 또는 대통령실장에게 보고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고 한다. 지난 3월28일 지원관실이 직보용 보고서를 따로 작성해 민정수석의 ‘윗선’으로 보고했다는 사실이 <한겨레>를 통해 보도된 적이 있지만 관련 문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이처럼 명확한 증거들이 제시된 이상 몸통의 실체와 ‘브이아이피’의 역할을 밝혀내야 할 막중한 과제가 검찰에 떨어졌다. 검찰 2인자인 대검 차장검사가 직접 나서 ‘사즉생’의 각오로 수사하겠다고 해놓고 검찰은 두달이 지나도록 청와대 주변을 맴돌고 있다. 관련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검찰은 더는 주저하거나 성역을 두지 말고 몸통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해도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사건의 몸통임을 시사하는 증거와 정황은 한둘이 아니다. 지난 2008년 8월 진경락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작성했다는 이 문건에는 ‘브이아이피 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비에이치(BH, 청와대) 비선→브이아이피(또는 대통령실장)로 한다’ ‘브이아이피 보고사항은 공직윤리지원관이 비에이치 공직기강팀, 고용노사비서관과 조율한 뒤 대통령실장께 보고’라는 대목이 등장한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보고서를 밤을 새우다시피 읽을 정도로 좋아했다”는 증언도 지난달 <한겨레21>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임태희 당시 대통령실장이 사건 관련자들에게 금일봉을 전달하고 실장 직속의 인사행정관이 장진수 전 주무관의 취업을 알선하는 등 사건 무마에 적극 나섰던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 수감중이던 진경락 전 과장은 지난해 2~3월께 민정수석실 비서관 3명이 증거인멸의 진범이라며 그들을 “수갑 채워서 여기 데리고 와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접견기록에 나와 있다고 한다.
2010년 6월 <문화방송> 피디수첩이 지원관실의 불법사찰 사실을 보도한 직후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 지원관실 직원들과 수십차례 통화한 사실도 이미 공개됐다. 총리실 중앙징계위에서 “증거인멸을 지시한 사람은 (청와대의) 최종석 행정관”이라고 폭로하자 민정수석실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이 관봉된 5000만원 뭉칫돈을 보내왔다는 장 전 주무관의 주장도 있었다.
이처럼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및 은폐축소가 이뤄지는 동안 청와대 민정수석은 바로 권재진 현 법무장관이었다. 이 사건의 비밀을 가장 잘 알고 있을 핵심인물일 수밖에 없다. 만일 권 장관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가 수사를 지능적으로 방해한다면 그 자체가 제3의 은폐조작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검찰은 필요하다면 청와대 비서실에 대한 압수수색과 권 장관에 대한 소환조사도 꺼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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