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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5.17 19:10 수정 : 2012.05.17 19:10

국세청이 서민들에게 살인적인 이자를 뜯어내면서 인신매매 등의 악행까지 일삼은 사채업자 253명한테서 1597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어제 발표했다. 정부가 지난달 선포한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 차원에서 세무당국이 그동안의 조사 실적을 내놓은 것이다. 악덕 사채업은 사회를 병들게 하는 독버섯인 만큼 단호한 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국세청이 공개한 악덕 사채업자들의 행태는 날강도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한 사채업자는 등록금이 급한 여대생에게 연리 120%로 200만원을 대여한 뒤 빚을 갚지 못하자 연체이자를 원금에 더해 다시 빌려주는 ‘꺾기’ 수법으로 이자가 원금의 10배가 되게 만들었다. 그러곤 여대생을 협박해 유흥업소로 넘기고 업소에서 사채대금을 대신 받았다. 법정 최고이자율(등록 대부업자 연 39%, 미등록 대부업자 연 30%)의 10배인 연 360%의 고금리로 돈을 빌려준 사채업자도 있었다. 상당수 업자들은 이렇게 강탈하다시피 한 돈을 차명계좌에 은닉하고 친인척 명의로 고급주택을 사들이는 등 호화생활을 하면서 세금은 내지 않았다.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질 것을 예상하면서도 서민들이 사채업자의 문을 두드리는 것을 탓하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경제 사정은 나빠지고 제도권 금융기관은 부실을 우려해 돈줄을 죄는 상황이라 사금융 수요는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가 집계한 대부업 거래자는 2009년 130여만명에서 지난해 6월 247만여명으로 거의 2배에 이르렀다. 이들은 악덕 업자에게 걸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연 수백 퍼센트의 이자를 감수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서민들의 급전 수요가 존재하는 한 악덕 사채업을 뿌리뽑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가 그동안 틈틈이 단속의 칼을 빼들었지만, 그때마다 잠시 숨을 죽였다가 이내 더 크게 활개를 쳤다. 결국 악덕 사채업과의 싸움은 생색내기나 일회성 이벤트로 진행되어선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정부가 5월 말까지 벌이는 대대적인 특별단속을 놓고도 사채업계에선 “그동안 번 돈으로 외국에나 다녀오는 특별휴가기간”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소나기만 피하면 그뿐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악덕 사채업에 대한 감시·적발 체계를 연중 가동하고 불법을 저지른 사채업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더욱 근본적으론 불법 사금융으로 향하는 발길을 은행이나 신용금고 등으로 돌릴 수 있도록 서민들에 대한 대출 요건을 완화하고 미소금융을 확충하는 등의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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