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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 앞에서 당을 둘로 쪼개자는 당권파 |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강기갑 위원장 중심의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 맞서 자파 중심의 이른바 당원 비상대책위를 꾸리기로 했다. 당권파 실세인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는 어제 방송에 나와 “다수 의사를 실현할 수 있는 당원 중심의 비대위가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권파는 어제 비대위 결성을 위한 제안문도 내놨다. 뜻대로 안 되니 ‘한 지붕, 두 비대위’를 하겠다는 것인데, 솔로몬왕 앞에서 가짜 엄마가 아이를 둘로 나눠 갖자고 우기는 꼴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강기갑 비대위를 중심으로 한 사태 수습만이 현재 상황에선 거의 유일한 해법이다.
이석기 당선자의 어제 방송 인터뷰는 현 사태에 대한 당권파의 안이한 인식 수준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비례대표 경선 부정과 관련해 “전체 선거의 10%를 차지하는 오프라인의 일부 문제”라고 말했다. 1%라도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할 판에 10% 정도는 괜찮다는 논리다. 절차가 조금 잘못되어도 결과는 다르지 않으니 문제없다는 식의 기득권 논리다.
이 당선자는 또 지난 13일의 중앙위원회 폭력사태에 대한 책임 문제를 두고 “당 화합을 위해 신중해야 한다, 경선 비례대표의 사퇴가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주장도 폈다. 폭력사태 책임 문제건, 비례대표 사퇴건 당원들 의사에 따라야 한다고도 했다. 결국 전가의 보도인 당원을 내세워 사실상 자파 논리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당권파에 대한 문제제기가 일부 언론의 집중포화라는 이 당선자의 말도 사실과 다르다. 마녀사냥식 종북몰이에 여념이 없는 보수언론을 빼더라도 대다수 진보언론은 민주주의를 무시한 당권파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13석 진보정당의 핵심 실세라고 알려진 이 당선자의 인식 수준이 일반 국민의 상식선과는 동떨어진 것 같아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민주노동당 대표를 지낸 권영길·문성현·천영세씨 등은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경선 비례대표 사퇴, 강기갑 비대위 구성 등을 뼈대로 하는 중앙위 결정은 공당이 취할 최소한의 조처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기갑 비대위의 성패에 진보정치의 생사가 달렸다고도 했다.
당권파 인사들 중엔 오랜 세월 진보정치를 위해 헌신해온 자신들의 명예가 짓밟혔다며 억울해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필요하면 명예회복도 해야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죽어가는 진보정치를 살리는 게 급선무다. 선 사태 수습, 후 명예 회복이다. 사태 수습의 최소 조건은 전직 세 대표가 강조한 대로 중앙위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다. 당권파가 자파 논리에 매몰돼 국민의 기대와 우려를 저버리는 우를 더는 범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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