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그리스 위기, 파급 최소화 대책 서둘러야 |
그리스발 경제위기가 유럽을 넘어 우리나라까지 밀려오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채무 불이행을 염려한 예금자들이 은행에서 돈을 빼가는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사태가 일어나더니, 이런 현상이 스페인 등 이웃 나라까지 번지고 있다. 그리스에서 지난 14, 15일 이틀 동안 12억유로(약 1조7700억원)가 빠져나갔고, 스페인에서도 최근 부분국유화한 방키아에서 10억유로가 넘는 예금이 인출됐다고 한다.
급기야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어제 스페인 은행 16곳에 대해 신용등급을 1~3단계 강등했다. 우리나라도 이런 움직임에 영향을 받아, 종합주가지수가 1800선 아래(1782.46)로 주저앉았고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고치인 1172.8원을 기록했다. 경제의 세계화가 곧 위기의 세계화이기도 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리스 위기의 본질은 유럽연합이 소속 국가들의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신재정협약이 시민 차원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한 데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주도한 신재정협약은 초 긴축정책으로, 회원국의 재정적자와 부채를 2013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3%와 60% 이하로 제한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긴축정책은 경기 위축과 실업률 증가, 임금 삭감과 복지 축소로 연결될 것이 뻔해, 각국 시민들의 엄청난 저항을 불러왔다. 지난달 네덜란드에서 연정이 무너졌고, 지난 6일에 실시된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에서 긴축 반대와 성장을 내세우는 세력이 승리하거나 세를 확대했다.
유럽 위기 해법을 놓고 긴축과 성장론이 맞서고 있으나, 유럽 시민들은 선거를 통해 지금과 같은 초긴축 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유럽 지도자들은 경제위기가 정치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신재정협약을 서민의 고통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재조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특히 유럽연합의 두 지도국인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유럽연합의 금고인 유럽중앙은행의 책임과 역할이 무엇보다 크다. 그리스 위기가 단지 지역 차원의 위기가 아닌 만큼, 18~19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 정상회의에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우리 정부도 그리스 위기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자체의 취약성에서 비롯한 문제가 아닌 만큼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지만,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