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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재철은 놔두고, MBC 노조엔 영장이라니 |
낙하산·비리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복원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중인 문화방송(MBC) 노조 집행부에 대해 엊그제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대상자는 정영하 위원장과 이용마 홍보국장 등 5명이다. 공권력이 언론 대파업의 선두에 선 문화방송 노조를 옥죄기 위해 파업의 주축들을 감옥에 가두기로 작심한 모양이다.
이번 영장 청구는 상식에 어긋날 뿐 아니라 편파·탄압 수사의 냄새가 농후하다. 우선 110일이 넘도록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파업을 벌여온 노조 집행부를 갑자기 구속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 지난 2월 회사한테서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당한 뒤 노조 지도부는 성실하게 경찰에 나가 조사를 받아왔다. 인신 구속의 전제인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전혀 없는 셈이다. 오히려 차일피일 경찰 출석을 미루고 자료 제출을 기피한 당사자는 노조가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한 김재철 사장이다.
구속 사유로 제시된 업무방해죄를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약하는 쪽으로만 악용하는 점도 문제다. 우리 사회에선 노동자의 쟁의를 공권력이 자의적이고 꼬투리잡기식으로 해석해 불법으로 규정한 뒤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행태가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업무방해죄가 남용되어선 노동자가 자신의 권익을 지킬 길이 없다. 오늘 정 위원장 등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할 법원은 국제노동기구(ILO)가 “(한국의) 업무방해죄가 파업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체계적으로 봉사하고 있다”고 지적해온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경찰 수사는 노조가 아니라 김 사장의 혐의에 집중되어야 옳다. 김 사장의 경우 20여억원에 이르는 법인카드 유용 및 배임 의혹, 여성 무용가 특혜 논란 등 ‘비리 백화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공영방송 사장으로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내려진 상태다. 그런데도 경찰은 김 사장을 형식적으로 조사했을 뿐 아니라 회계장부 압수 같은 정상적인 수사는 회피한다. 전형적인 면피성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더이상 파업이 장기화하는 것을 막고 오는 30일 개원하는 19대 국회에서 언론 대파업을 쟁점화시키지 않겠다는 여권의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미 언론 대파업을 ‘불법·정치 파업’으로 규정해 이명박 정부와 시각이 한 치도 틀리지 않음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공권력의 탄압은 더 큰 국민적 저항만 불러올 뿐이다. 문화방송 파업사태의 해결은 김재철 사장의 사퇴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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