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노건평 의혹’, 장난치지 말고 정도로 수사하라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가 공유수면 매립허가 과정에 개입해 9억여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를 앞두고 있다. 노씨를 소환조사한 창원지검 특수부는 지난 18일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노씨의 자금관리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계좌에서 수백억원대의 뭉칫돈을 발견해 확인중이라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검찰이 노씨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여서 최종적인 수사결과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노씨가 벌써 세번째나 형사처벌을 받게 된 사실 앞에선 할 말을 잃게 된다. 노씨는 2004년 7월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한테서 연임을 시켜달라는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2008년 12월에는 농협중앙회의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 개입해 2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3억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세종증권 사건 2심 재판 때는 재판장으로부터 “동생의 대통령 당선 뒤 로열패밀리가 됐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에는 관심이 없고 봉하대군의 역할을 즐겨왔다”며 “동생을 죽게 만든 못난 형”이라는 모욕에 가까운 훈계까지 듣기도 했다. 물론 이번 사건은 발생한 지 5년 이상 지난 것이긴 하지만 잇달아 터져나오는 비리 앞에 그가 과연 도덕성을 그렇게 강조하던 노 전 대통령의 친형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당혹감과 황당함을 감출 수 없다. 검찰은 이번 기회에 노씨의 범죄 혐의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해서 엄중하게 처벌하기 바란다. 전직 대통령의 가족이라고 더 가혹하게 수사해선 안 되지만, 비운에 세상을 뜬 대통령의 형이라고 해서 아량을 베풀어도 안 된다. 정도대로 수사해서 다시는 이런 권력형 비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검찰이 이번에 공개한 수백억 뭉칫돈 계좌 문제는 스스로 “아직 수사한 게 아니라 확인 단계”라고 밝혔듯이 성급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노씨가 잘 아는 사람 명의의 계좌”이고 “노씨의 자금관리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라고까지 밝혀놓고, 일부 언론에서 특정인을 거명하며 대서특필하자 뒤늦게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노씨는 “검사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라며 강력 부인하고 있고, 변호인은 검사들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검찰이 구체적인 혐의 사실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공개한 것은 설사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수사공보준칙 위반이다. 다른 의도를 갖고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의심을 살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정도와 원칙대로 수사해야 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