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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5·24 조처’ 해제하고 정경분리 원칙 살려야 |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남북 교류협력을 중단한 ‘5·24 조처’를 취한 지 2년이 지났다. 그사이 얻은 것은 남북간의 반목과 불화요, 잃은 것은 한반도 평화와 한반도 정세에서의 주도권이다. 남북간 인적 교류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사회문화교류는 전면 차단됐고, 북한 영유아 지원을 제외한 모든 인도적 지원 또한 중단됐다. 정부를 믿고 대북경협에 나섰다가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은 태반이 쓰러지거나 신음하고 있다.
북한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면 못 견디고 손들고 나올 것이란 헛된 기대는 북이 아니라 남쪽 기업이 줄도산하는 참담한 현실로 나타났다. 하루아침에 개성공단 이외의 지역에 대한 물자교역과 위탁가공교역이 중단되고 투자도 불허됐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200개 대북사업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데 따르면, 평균 피해액은 20억원에 이르고, 10곳 중 6곳은 피해 회복이 상당히 어려운 지경이라고 한다. 정부는 경협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늘리는 등 지원책을 마련했다고 하나 피해 업체들은 거의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남쪽 기업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5·24 조처를 취한 명분으로 정부는 북한의 외화수입 손실액이 연간 2억5000만~3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제재효과를 내세웠다. 외화 유입을 차단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군비 증강으로 전용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북한은 중국과의 교역을 크게 늘려 제재의 효과와 근거마저 사라지게 됐다. 남북 교역이 지난해 17억1386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10.4% 감소한 반면, 북-중 교역은 34억6568만달러에서 56억2919만달러로 62.4%나 늘었다. 북한은 중국과 협력해 신의주의 황금평·나선 지역을 제2, 제3의 개성공단으로 개발하겠다고 나선 터다.
지난 4년간 남북 경색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남한 82억7000만달러, 북한 16억4000만달러에 이른다는 민간연구기관의 추정도 있다. 경제적 손실도 안타깝지만 1988년 7·7선언 이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확립돼온 정경분리 원칙이 훼손된 게 더 큰 문제다. 중국과 대만은 원칙을 지켜 시련 속에서도 양안의 교역 규모를 한해 1500억달러로 키웠다.
이제 빛 잃은 5·24 조처를 해제하고 남북 경협 기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경협 복원을 꾀해야 한다. 남북 경협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남북의 경제적 격차를 줄여 통일을 앞당기는 실질적 방안이다. 남북 경협 경색에 따른 피해자는 교류협력의 당사자뿐 아니라 전체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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