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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시중씨는 감옥에서도 여전히 ‘방통대군’인가 |
파이시티에서 8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지기도 전에 구치소를 빠져나와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구속 직전에 심장혈관 질환 수술을 예약해놓는 잔꾀를 부리더니 또다른 해괴한 꼼수로 법질서를 농락했다. 이런 사실을 판사는 물론 검사도 까맣게 몰랐다고 하니 그는 감옥에 가서도 여전히 ‘권력 실세’의 위용을 뽐내고 있는 셈이다.
서울구치소 쪽과 법무부는 이번 조처가 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을 보면 구치소장의 재량에 따라 수용자를 외부 의료시설에서 진료·치료받게 하는 규정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 출신이 아닌 평범한 일반 죄수였어도 이런 특혜가 가능했겠느냐는 질문에 이르면 사건의 성격은 명확해진다. ‘권력형 탈옥’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최 전 위원장에 대한 특혜조처가 과연 법에 합당한지도 따져볼 문제다. 구치소장에게 재량권을 준 기본 취지는 수감자가 갑자기 쓰러지는 등의 응급상황이나 통원치료 등 일시적인 치료를 염두에 둔 것일 뿐 최 전 위원장 같은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런데도 서울구치소 쪽이 사실상의 구속집행정지 조처를 내린 것은 법 조항을 빙자한 월권행위이자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이른 시일 안에 최 전 위원장 신병에 대한 원상회복 조처가 필요한 이유다.
이번 조처가 말 그대로 서울구치소장의 재량으로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최 전 위원장 ‘석방’이 몰고올 후폭풍이 얼마나 클지는 구치소장이 너무나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대담한 결정을 내린 것은 ‘윗선’의 강력한 지시 내지는 책임지겠다는 약속이 없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교정당국의 최고감독권자인 권재진 법무부 장관을 ‘최시중 감옥 빼내기’ 작전의 총연출자로 지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가 장관직을 떠나야 할 이유에 법 집행의 공정성·평등성 파괴와 국민의 법허무주의 조장이라는 항목이 또 하나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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