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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건평 수백억 계좌’ 검사, 그냥 놔둘 셈인가 |
창원지검이 지난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를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하면서 논란이 돼온 수백억원 뭉칫돈 계좌와 노씨는 무관하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준명 차장검사는 “노씨 수사와 관련해 발견된 것은 맞지만 (노씨와는)별개”라며 “앞으로 기사 쓸 일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앞으로 모든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덧붙였지만 그동안 언론이 대서특필해온 노씨의 수백억원 비자금 계좌 의혹은 결국 ‘사실무근’이 된 셈이다.
검찰의 황당한 일처리에 할 말을 잃게 된다.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그렇게 난리를 치게 해놓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침묵을 지키고 있는 태도다. <조선일보>는 19일치 1면 머리기사 ‘노건평 자금관리인 계좌에 300억원’을 비롯해 1·2·3면을 이 기사로 도배한 데 이어 다음날엔 인터넷 댓글까지 실으며 두 면을 할애하는 등 노씨를 사실상 수백억원 비자금의 주인으로 묘사했다. 간단하게 사실관계만 보도한 상당수 언론과 달리 일부 언론은 취재력 이상의 상상력을 동원해 소설에 가까운 기사를 내보냈다. 해당 언론들은 내부 규정과 각사의 도덕성 수준에 따라 조처한 뒤 독자들의 평가를 받고, 필요하면 법적 책임을 질 일이다. 이와 별도로 언론의 오보를 유발한 검사에게는 검찰 스스로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차장검사는 지난 18일 공식 브리핑에서 “자금추적 과정에서 수백억원대의 뭉칫돈이 오간 노씨 관련 계좌를 발견했다”며 “노 대통령 퇴임 직후인 2008년 5월까지 3~4년 정도 계속 돈이 오가다 공교롭게도 퇴임 직후 흐름이 딱 끝났다”고 밝혔다. 다음날엔 “하지도 않은 말을 왜 보도하느냐”면서도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한 상태에서 그런 말을 했을 리 없잖으냐”고 하더니, 나중에는 “그 돈을 노건평과 연관시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발을 뺐다.
이 차장검사의 행위는 명백한 명예훼손죄에 피의사실 공표죄에도 해당될 수 있다. 피해자들이 곧 법적 조처를 밟을 예정이라니 이를 통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대검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선 안 된다. 추측성 보도 방지 목적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기소 전에 수사 상황을 공개하지 못하게 돼 있는 수사공보준칙 위반 수준을 넘어, 의도적으로 오보를 유발한 책임은 매우 심각하다. 그런데도 감찰 지시는커녕 아예 입을 닫고 있는 대검 수뇌부의 인권의식 수준과 정치적 편향성은 도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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