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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5.29 19:09 수정 : 2012.05.29 19:09

1980년대 가족과 함께 월북했다 홀로 탈북했던 오길남씨의 부인 신숙자씨와 두 딸이 북한에 강제구금된 상태라는 유엔 차원의 결론이 나왔다. 유엔 ‘임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은 “1987년 이래 계속된 세 모녀의 구금은 임의적이었다”며 “이는 세계인권선언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위반”이라고 밝혔다고 북한인권단체인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가 전했다. 실무그룹은 북한에 이들의 석방 및 적절한 배상을 요구했다.

임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은 유엔 인권활동을 총괄하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산하의 실무그룹 중 하나다. 따라서 이 그룹의 결론은 유엔의 공식 견해로 볼 수 있다. 신씨 사건은 이제 가벼이 넘길 수 없는 국제 인권 이슈가 됐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는 그동안 논란이 끊이질 않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인도주의 원칙에서부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자유의사를 확인하는 게 급선무다. 북한은 지난 4월27일 신숙자씨가 이미 사망했다며, 두 딸은 가족을 버린 아버지 오씨를 상대하길 거부했다고 밝혔다. 오씨는 1985년 독일 유학 중 가족과 함께 월북했다가 1년 만에 단신으로 탈북한 뒤 국내 북한인권단체들과 함께 가족 송환 운동을 벌여왔다.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두 딸이 정말 북한에 남길 원하는지, 아니면 북한 당국의 압력에 못 이겨 거짓으로 말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북한 당국의 영향력이 배제된 제3국 등지에서 국제인권단체 등이 두 딸의 자유의사를 확인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숨진 신씨의 사인 조사와 유해 송환 여부도 가족의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

신씨 사건은 남편 오씨가 재독 작곡가 고 윤이상씨를 끌어들이면서 이슈화된 측면이 있다. 오씨는 월북 과정에서 윤씨의 권유를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윤씨 가족은 월북을 권유한 적이 없을뿐더러 북한의 오씨 가족 송환을 위해 거들다 오히려 오해를 샀다고 주장해왔다. 이 사건에 과도하게 윤씨를 끌어들이는 것은 북한 인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살 수 있다. 이번에 유엔이 나선 만큼 군더더기 없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 문제에 남과 북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남한이건 북한이건 동일한 잣대로 인권 문제를 바라보는 게 원칙이다. 다른 정치적 의도를 뒤섞을 필요도 없다. 신씨 사건이 북한 인권 문제에 더욱 성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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