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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력수급 불안, 반짝 캠페인으론 해소 못해 |
어제 새벽 서울과 수도권 전력량의 20%를 공급하는 영흥화력발전소가 고장나 한때 가동을 멈췄다. 올해 전력수급 상황은 지난해보다 좋지 않다고 한다. 여름 피크철이라면 발전소 1~2기만 고장나도 지난해의 ‘9·15 정전사태’ 같은 아찔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정부는 강력한 수요관리와 전기요금 인상으로 10% 이상의 전력예비율을 유지하겠다고 하지만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벌써 전력수급이 빠듯해진 것은 냉방기기 사용이 급증하고 예방정비와 사고 등으로 가동을 멈춘 발전설비의 공백이 큰 탓이다. 하지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장기적 전력수급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의 부실한 에너지정책이 큰 몫을 차지한다. 정기점검을 막 끝낸 영흥화력발전소가 가동이 중단됐다면 한전과 남동발전의 방만경영과 부실점검도 마땅히 지적받아야 한다.
한국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독일이나 일본보다도 높고 전기 사용 증가율도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편이어서 수요관리가 중요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왜곡된 전기요금을 고수해 비합리적인 에너지 소비가 늘어났다. 열량 기준으로 가장 비싼 에너지인 전기가 석유·가스보다 싼 가격 역전 현상 탓에 석유난로는 자취를 감췄고 건물 난방이 도시가스에서 전기로 전환되고 있다. 원가의 85% 수준인 산업용 전기 요금을 현실화하고 인센티브를 확대해 에너지 절감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
올해 발전용량은 지난해보다 90만㎾ 늘어난 7854만㎾인 반면, 8월 셋째 주 최대수요는 480만㎾ 늘어난 7707만㎾까지 치솟아 예비전력은 147만㎾까지 떨어질 수 있다. 정부는 산업계 휴가 일정이나 조업시간을 조정하고 큰 건물의 한낮 냉방온도를 제한해 500만㎾의 예비전력을 확보하겠다고 한다. 반짝 절전에 그칠 게 아니라 서울시가 2014년까지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통해 원전 1기 발전량만큼 전기 사용을 줄이겠다고 한 것처럼 지속성을 가져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원전 위주의 에너지정책 틀을 바꿔야 한다. 전기 소비 증가와 전력 부족이란 악순환 고리는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똬리를 틀고 있다. 54개 원전의 가동을 모두 중단한 일본은 올해 2010년 여름 대비 15%까지 절전을 계획하고 있으며,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89%가 절전 계획에 참여할 뜻이 있다고 한다. 일본 국민들의 높아진 절전의식 이면에는 78%의 원전 반대 목소리가 있다. 원전 확대 정책과 친환경 절전은 양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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