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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근대적 사내하청 인정하자는 새누리 민생법안 |
새누리당이 19대 국회 첫날인 어제 민생 관련 법안을 대거 제출했다. 지난 총선 때 약속한 대로 비정규직 차별을 규제하고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며 의욕을 보인 것이다. 법안 가운데 미흡하거나 실효성이 의심되는 것도 있지만 진일보한 대목도 적지 않다. 하지만 민생법안 1호로 꼽고 있는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전혀 민생법안에 걸맞지 않은 내용이다.
그동안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법의 보호망을 쳐주자는 게 이 법안의 취지라고 한다. 하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보호하겠다는 건 허울이고 사실상 지금은 불법파견인 사내하청을 합법화하려는 게 법안의 속내다. 노동계가 기업들더러 사내하청을 마음 놓고 하라고 부추기는 격이라며 ‘정몽구 보호법’이라고 반발하는 이유다.
사내하도급은 근로계약이 아니라 민법상의 도급계약이다. 현행법상 타인의 노무를 활용하는 계약형태는 도급과 파견 두 가지밖에 없다. 원청이 수급인의 노동조건에 관해 지배력을 가지면 근로자 파견이요, 그렇지 않다면 민법상 도급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내하도급법이 만들어지면 사내하청이 하나의 고용형태로 인정돼 법적 지위를 얻게 된다. 곧 파견도 도급도 아닌 사내하도급이라는 제3의 지대를 설정하고, 사내하도급을 활용하는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경감시켜주는 문제가 있다.
노동계에선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었지만 원청에서 일을 해야 하는 사내하청, 파견 등 간접고용을 대표적인 전근대적 노동형태로 꼽고 있다. 그나마 파견과 도급을 엄격하게 구분해 노동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진 원청을 상대로 하청노동자가 노동3권을 갖도록 보장해주는 게 옳은 방향이다. 새누리당 법안은 노동위원회에 차별 시정 신청을 할 수 있고 하도급 업체 변경 때 고용 및 근로조건 유지 명시 등의 장치를 마련했다고 하나, 원청의 사용자 책임 인정에 관한 내용이 빠져 있다.
지난 2월 대법원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는 정규직이라고 판결했다. 국제노동기구도 원청을 상대로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 행사를 보장하는 법개정을 촉구하고 원청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감독과 처벌을 촉구한 바 있다. 그렇다면 19대 국회가 먼저 할 일은 대법원 판결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고 있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제조업 사업장에 불법파견 특별조사를 벌이는 일이다. 그래서 불법을 바로잡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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