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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재철 사장, 보복성 징계로 비리 덮겠다는 건가 |
문화방송이 지난 1일 파업중인 기자와 피디 등 35명에게 무더기 대기발령 조처를 내렸다. 수십명이 한꺼번에 대기발령 조처를 당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박성호 기자회장을 해고하는 등 조합원 3명에게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사쪽이 막가파식으로 징계의 칼을 휘둘러 문화방송 파업사태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문화방송은 대기발령을 받은 노조원들에 대해 징계 방침은 밝히지 않았지만, 회사에 손해를 끼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며 겁박하고 있다. 사쪽은 1일까지 파업을 접으라며 업무복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박 기자회장은 제작 거부를 주도했다가 지난 2월 해고 처분을 받은 뒤 재심을 통해 정직 6개월로 징계 수위가 내려갔는데, 이번 파업과 관련해 두번 해고를 당하는 상황이 됐다. 사쪽은 경력기자 채용 반대 시위를 벌이면서 뉴스 제작을 방해하고 권재홍 보도본부장에게 물리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동료의 해고와 대체인력 투입에 항의했다고 징계할 수는 없는 일이다. 노조는 권 본부장이 노조원들에 의한 신체접촉도, 상처를 입은 사실도 없다고 한다.
어느 모로 보나 무리한 징계라고 할 수밖에 없다. 김재철 사장이 낯뜨거운 개인비리가 속속 폭로되자 무자비한 보복성 징계를 내리고 있다는 노조의 주장에 수긍이 가는 이유다. 김재철 사장 취임 2년 동안 모두 7명이 해고됐고 106명이 징계를 받았다. 박 기자회장 등에 대한 중징계에 이어 대규모 인사 조처를 한 것은 압박 수위를 높여 노조를 굴복시키고자 한 듯하다.
하지만 문화방송 파업사태는 징계와 겁박으로 해소될 사안이 아니다. 파업은 70%에 이르는 높은 찬성률로 결정됐으며 지금도 77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되는 것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절박한 자기반성과 공정방송에 대한 염원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청와대의 낙하산으로 임명된 뒤 문화방송은 입이 있어도 할 말을 못 하는 방송으로 전락했다. 게다가 김 사장은 20여억원에 이르는 법인카드 유용 및 배임 의혹 등 비리와 추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막다른 길에 몰리자 적반하장 격으로 무리수를 두는 형국이다.
청와대와 여권에 파업사태를 은근히 즐기는 듯한 그릇된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것도 그 배경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역대 어떤 정권도 이 정도 개인 비리가 드러났는데 비호하진 못했다. 문화방송 사태에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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