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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천안문 23주년과 중국의 과제 |
중국 당국이 민주화와 부정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1989년 천안문 광장의 시위대를 탱크를 앞세워 유혈 진압한 ‘6·4 천안문 사태’가 발생한 지 오늘로 꼭 23년이다. 당시 덩샤오핑 군사위 주석을 비롯한 최고 지도부는 천안문 시위를 ‘반혁명적 동란’으로 규정하고,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이로 인해 수백에서 수천 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지지만,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당국은 현재까지 천안문 사태와 관련한 보도와 토론조차 금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천안문 유혈사태의 재평가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중국 안팎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국외에서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 아랍을 휩쓴 재스민 혁명이 일어나고, 국내에서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의 부정부패,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의 불법 구금 및 미국 유학 등의 충격적 사건이 터진 뒤여서 주목도와 긴장감이 더욱 높다.
지난달 말부터 이미 구이저우성 구이양과 푸젠성 난핑 등에서 소규모의 항의 집회와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국외에서 운영하는 반체제 성향의 중국재스민혁명(molihua.org) 사이트가 진압 당일인 3, 4일 중국 주요 도시의 공공장소에서 검은 옷과 검은 안경을 쓰고 산책을 하는 형식으로 항의 시위를 하자고 올린 글이다. 마치 2006년 5월 독재국가 벨라루스에서 한 누리꾼이 독재에 항의하기 위해 수도 민스크의 10월 광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거닐자고 한 제안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벨라루스에서는 경찰들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시민을 폭력적으로 연행하고 이런 장면이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으로 촬영돼 온라인에 퍼지면서 벨라루스 정권의 폭압성이 적나라하게 폭로된 바 있다.
이런 양상의 시위는 저강도여서 참가에 부담이 적으면서 체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더욱이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스엔에스)를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차단하기도 어렵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어떤 악행도 감추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중국은 23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도만 다를 뿐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당·관료 중심의 성장주의에서 발생한 부정부패와 빈익빈 부익부 현상, 공산당 일당독재가 낳은 반민주와 인권 무시는 중국이 세계 지도국으로 발돋움하는 길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올가을 새로 들어설 제5세대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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