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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03 19:04 수정 : 2012.06.03 19:04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의 국회 제명 문제를 두고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고 있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난 1일 말했다. 박 의원은 두 의원이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국회 차원에서 제명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종북으로 몰리고 있는 두 의원의 국가관을 이유로 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는 것인데,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과거 매카시즘 시대에나 나올 법한 마녀사냥식 발언이다.

박 의원 발언은 무엇보다 그의 민주주의적 소양을 의심케 한다. 민주주의는 생각이 다르다고 기본권을 제약할 수 없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다. 생각이 무엇인지를 따져서 국회의원 자격이 있네 없네 할 수 없다. 사람의 생각은 끊임없이 변한다. 동료 의원의 사상이 의심스러우니 국회에서 내쫓자는 것인데, 전형적인 매카시즘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경력이 있는 사람은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막무가내식 논리와 같다. 박 의원이 생각하는 민주주의가 지금 우리 사회의 보편적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다른 것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박 의원이 말한 국가관이란 게 무엇인지도 묻고 싶다. 국가관이 의심스러우면 국회의원은 안 된다는 것인데, 그 사람의 국가관이 옳은지 틀린지를 누가 심사하나? 국가관 운운하는 대목에선 국가에 대한 맹목적 충성을 강요했던 1960·70년대 박정희식 국가주의가 연상되기까지 한다.

박 의원 시각은 이석기·김재연 의원 처리를 둘러싼 당내 논의에도 한참 못 미친다. 새누리당에선 두 의원을 종북 문제로 제명하는 것은 무리이고, 비례대표 경선 부정 문제로는 시도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종북으로 제명을 논하면 마녀사냥이지만 선거부정 문제는 제명 요건이 될 수 있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박 의원이 당의 평균적 인식보다도 못한 민주주의적 소양이라면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이석기·김재연 두 의원의 문제는 종북 문제가 아니다.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과 폭력 사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하면 된다. 두 의원을 종북으로 몰아 국회에서 제명하려는 건 사태를 더 꼬이게 할 뿐이다.

여당의 확고부동한 대선주자인 박 의원이 동시대 사람들보다 한참 뒤떨어진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국가적 불행이다. 당내 절대 강자로 군림하는 박 의원이 이런 인식을 유지한 채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이 뒷걸음질치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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