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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05 19:04 수정 : 2012.06.05 22:28

양승태 대법원장이 어제 고영한 법원행정처 차장 등 대법관 후보 4명의 임명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이변이 없는 한 이 대통령은 이대로 국회에 임명동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13명의 후보를 양 대법원장에게 추천한 뒤 야당과 법조계에서 여러 이유로 반대 의견이 봇물처럼 쏟아졌으나 양 대법원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군사작전 하듯 제청 절차를 밀어붙였다. 그러나 이번 인사안은 가치관과 분야의 다양성은커녕 외양상의 다양성마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졸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지난 3일 “13명의 후보는 국민의 뜻에 맞지 않는 만큼 대법관 후보의 재추천을 엄중히 요청한다”며 공동성명까지 발표하는 등 야당과 시민단체, 여성계 등의 반대 여론이 빗발쳤음에도 청와대와 대법원은 최소한의 성의 표시도 하지 않았다.

부산·경남에서 주로 근무해온 이른바 ‘향판’ 출신에다 장애인인 김신 울산지법원장과 ‘비서울대’인 고려대 출신의 김창석 법원도서관장을 포함한 것을 다양성의 반영으로 포장하려는 모양이나 그야말로 ‘무늬만 다양화’의 결정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성계의 반발도 가볍게 무시됐다. 이번 대법관 후보 인선 작업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비비케이 사건 수사를 지휘한 김홍일 부산고검장을 13명 후보에 끼워넣고, 여성 법관은 표결까지 거친 끝에 탈락시키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과정의 연속이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일반 재판에 참여하는 대법관의 3분의 1을 확정하는 일은 단순히 헌법상의 절차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과거 6공화국 초기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뒤 판사들의 서명운동으로 이어져 사법개혁의 시발점이 됐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번에도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등 보수진영은 18대 국회 시절 4대강 예산과 미디어법을 날치기했듯이 다수의석을 믿고 힘으로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행태는 결국 국민을 무시하는 ‘그들만의 대법원’으로 귀결될 것이다. 야당은 절대로 이를 방관해선 안 된다.

이번 인선은 대통령의 오만함과 대법원장의 무개념이 합작해 이뤄진 것이다. 이런 인사안을 국회가 그대로 통과시키면 우리 사회뿐 아니라 사법부에도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야당의 책임이 무겁다. 민주당은 18대 국회에서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관철시키지 못한 것이 국민과 지지층의 신뢰를 잃는 중요한 계기가 됐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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