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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허구로 드러난 ‘엠비표 녹색성장’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8년 8·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발전 비전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녹색성장은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성장’을 위해 ‘녹색’을 희생시킨 결과, 오히려 생태계가 훼손되고 에너지소비는 늘어나는 퇴행의 모습만을 보였다는 것이다.
엊그제 열린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주최 ‘저탄소 녹색성장 4년-평가와 대안’ 세미나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녹색성장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났다. 안병옥 연구소장의 분석 자료를 보면, 녹색성장 평가지표 10개 중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항목은 녹색 연구개발비 지출 비중이 유일했다. 반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고, 에너지수입 의존도나 1인당 물 사용량도 마찬가지였다. 폐기물 발생량과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종도 꾸준히 증가했다. 말로는 녹색성장을 외쳤지만 실제 성과를 따져보면 허울뿐인 녹색성장이었던 셈이다.
4대강 사업은 ‘엠비(MB)표 녹색성장’의 허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업이다. 이 정부는 3년이란 짧은 기간에 무려 22조원을 쏟아부어 4대강 바닥을 긁어내고 댐을 16개나 만들었다. 홍수 예방, 물 확보, 수질 개선, 일자리 창출 등을 4대강 사업의 목적으로 내걸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오히려 굽이굽이 흐르던 강물을 댐으로 가로막아 벌써 수질이 나빠지고, 콘크리트로 단장된 강변에서는 그 많던 철새와 뭇생명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런데도 4대강 사업을 녹색성장의 대표상품으로 외국에 수출까지 하겠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원전 위주의 에너지정책도 녹색성장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이 정부는 2008년 8월 수립한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서 2007년 26%였던 원자력발전 설비 비중을 2030년에는 무려 46%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규 원전 건설 후보지를 선정하고, 설계수명이 다한 고리원전 1호기의 수명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녹색성장과는 거꾸로 가는 원전 확대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어떻게 녹색성장을 입에 올릴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이 이처럼 허구로 드러난 것은 필연적이다. 이 정부는 녹색을 성장과 결부시킴으로써 녹색을 정치·경제적으로 이용하려 했다. 성장을 위해 녹색을 이용하려는 순간 생태계는 파괴되고, 성장은 반짝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 진정한 의미의 녹색성장을 하려면 이제라도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녹색성장의 개념 정립부터 다시 해야 한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범국민적 평가 작업은 그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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